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1992년 시작한 주한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가 14일로 1000회를 맞았습니다.

2004년 수요집회가 600회를 맞았을 때 한 위안부 할머니와 전화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76세였던 할머니는 "내가 일본놈들한테 맞아서 몸이 성한데가 하나도 없고 힘도 없지만 일본이 망하는 것을 보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가 없어. 내가 그놈들(일본군)얘기할 때마다 가슴에서 피가 치솟는 것 같어"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 할머니는 15세가 되던 1943년 퇴근 길에 부산 남부경찰서 앞에서 일본군에 끌려 갔다고 전했습니다.
 
할머니는 당시를 "일본군이 처녀애들을 잡아간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집에 있는 애들을 잡아가는 줄 알았지 길거리에 다니는 아들(애들)까지 잡아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 영문도 모르고 경찰서에서 하룻밤 지내고 나니까 영도섬으로 가데. 거기서 뗏목을 타고 큰배로 옮겨졌고 거기에는 이미 14~17세 사이의 소녀 25명 가량이 있었어"라고 회고했습니다.

일본에서 위안부로 살게 된 할머니는 같이 있던 2명의 동무들과 도망가려다가 일본군에 잡혀 죽도록 맞았고 후유증으로 그때는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병석에서 힘들게 전화통화를 이어가던 할머니는 "내 평생 소원은 일본군이 우리앞에 무릎끓고 엎드려서 사죄하고 우리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 보상을 받는 거야 그럴려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훨씬 더 잘 살아야 돼. 근데 요즘 우리나라 대통령이고 국회고 하는 짓을 보면 내가 분통이 터져서 죽을 것 같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우리들 문제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어"라며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7년이나 지났지만 지금 그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죄송한 마음이 커집니다. 그 할머니는 여전히 병석에서 일본에 대한 한을 쌓고 계실까요? 일본의 사과를 받지도 못한 채 돌아가신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

이 와중에 오늘 도쿄에서는 일본 정부가 서울의 주한 일본대사관 앞 우리나라 시민단체가 설치한 위안부 평화비 철거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남아 있는 우리들이 뭘 해야 될지 할머니의 마지막 말이 여실히 가르쳐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배샛별 기자 sta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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