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회수조치 내려진 치약 [출처=포커스뉴스]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이를 관리하고자 2013년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돼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 치약, 물티슈, 헤어에센스 등에도 잇따라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관련법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와 정부, 국회 등을 중심으로 살생물제 법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피해자가 늘어나자 화평법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을 제정해 시행중이다. 아울러 방부제, 소독제 등 살생물제품 중 일부를 ‘위해우려제품’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해우려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자는 해당 화학물질의 총량이 연간 1톤을 초과하면 신고자 정보, 제품명, 화학물질의 명칭, 함량 및 유해성정보, 화학물질 및 제품의 용도에 대해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화평법의 위해우려제품에는 일부 살생물제품만 포함되고, 1톤초과라는 양의 제한과 분산관리 시스템으로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터졌을 때 독성물질로 지목된 PHMG·PGH·CMIT·MIT 등의 성분은 모두 1톤 이하의 극소량으로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1년간 가습기살균제 제조에 이용됐던 독성성분을 합쳐도 1톤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양”이라며 “생활화학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다양한 성분이 합쳐져 농도가 희석된 것으로 한 물질 당 연간 1톤을 넘기가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실장은 가습기살균제 토론회에서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방지하려면 신규화학물질의 경우 1톤 미만의 물질도 국립환경과학원에 기업들이 유해성 자료를 알아서 제출해야한다”며 “유럽연합처럼 기업이 살생물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물질에 대해 유해성 평가를 하고 자료를 제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BPR제도로 살생물제를 관리하고 있는데, 사용·출시·수입하고자 하는 살생성분 물질에 대해서는 양에 관계없이 정부의 승인을 받은 뒤 제조에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동안 화평법에서는 살생물제가 부처별로 분산 관리되고 있어 안전관리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국내 살생물제 관리법 제정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살생물제 관리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아 가습기살균제 사태처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화평법의 보완 및 개정 시 활성물질 및 살생물제품 절차 [출처=환경부]

 


상황이 이렇다보니 살생물제 법안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살생물제 사용량이 늘면서 개별법이 제정되는 추세지만, 국내 화평법·화관법에서는 산업용 화학물질과 살생물제를 동일한 법상에서 동일한 평가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EU에서는 산업용 화학물질을 규제하는 REACH(신화학물질 통합관리제도)와 별도로 살생물제를 규제하는 BPR(살생물제관리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살생물제 법안에 고유의 특성을 평가할 수 있는 ‘효능’과 ‘누적효과’ 등의 평가항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EU의 BPR은 제품 허가에 매우 상세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습윤성·유화성 등의 기술적 특성, △다른 제품과의 물리화학적 호환성, △잔류물 등의 분석법, △주요 표적 생물체 및 효능 평가 자료, △다른 제품과 복합사용으로 생기는 위해성인 누적효과의 평가자료 등이 요구된다. 

김신범 소장은 “현재 국가표준원에는 제품의 유해성 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단 한명도 없다”며 “국민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질일 경우 허가 제도를 마련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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