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제품 [촬영=백경서 기자]

 


위생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살생물제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그 피해도 늘고 있다. 2011년부터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정부 공식집계로만 256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살생물제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살생물제에 대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는 유해 생물체에 영향을 주는 물질, 즉 활성물질을 하나 이상 함유한 물질 및 혼합물을 '살생물제품'이라 정의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살충제, 살균제, 소독제, 방부제 등의 살생물제는 유해한 생물체를 제거하는 위생목적으로 매해 판매량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살생물제 관리법 제정방안’ 보고서에선 전체 화학물질의 약 30~40%가 살생물제로 추정되며,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불거진 2011년 기준 전 세계 수요가 약 68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연평균 4.3%씩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는 약 84억 달러에 가까운 시장규모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살생물제가 일상생활에서 인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그 빈도도 높아 산업용 화학물질보다 더 큰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살충제 DDT가 사용돼 전 세계 생물농축으로 고양이, 맹금류 등 포식자가 감소했으며, 2007년에는 DMF라는 가죽제품용 향균제로 유럽에서 수천 명이 물집 염증, 발진, 눈 자극 등 심한 피부염과 알레르기로 고통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에서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정부 공식 집계로 256명이 급성 폐질환 등으로 사망, 신고기관에 접수된 피해자 수만 총 4486명에 이르고 있다.

주요 살생물제 피해 사례 [출처=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살생물제로 인한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소량으로 사용되지만 균을 죽이는 동시에 사람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화학성분이 포함돼 우리나라에서도 ‘살생물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 일부 생활화학제품을 위해우려 제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다만 1톤 이상의 대규모 유통물질로만 제한을 두고 있어 연간 사용량이 매우 소량인 대부분의 살생물제가 규제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 등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은 공통적으로 살생물질이 포함된 제품 모두에 그 수량과 관계없이 사전 유해성 평가를 거쳐 시장에 유통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EU는 살생물제관리법(BPR)을 통해 허용된 활성물질 외에는 살생물제 제조에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위해우려 화학물질 500여종을 파악해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또한 기업은 수량에 상관없이 모든 활성물질에 위해성 평가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물질 특성이나 제품 유형에 따라 추가 자료가 요구된다. 평가관리당국에서는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검사하고 평가해 위해성 평가 보고서를 내게 되며, 만약 위해성이 크다고 여겨지는 물질이 포함되면 제품승인이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살충·살균·살서제 관리법(FIFRA)과 식품·약품·화장품법(FFDCA) 등 두 가지로 살생물제를 관리하고 있다. 또한 ‘누적효과 평가’를 통해 활성성분과 비활성성분 등 다양한 물질이 혼합돼 전혀 다른 유해성을 나타낼 가능성을 파악하는 실험을 필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살생물제를 부처별로 관리하고 있는데, 그 중 ‘가정용품 규제법’은 섬유제품, 의료품, 주택용 세제, 식기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제품뿐만 아니라 아동 의류까지 인체에 위해한 화학물질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한 ‘화학물질 심사 및 제조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로 대부분의 살생물제용 활성물질을 관리한다.

우리 정부는 올해부터 2년을 기한으로 잡고 시장에서 유통 중인 살생물질과 살생물제품의 전수조사에 나서고 있다. EU, 미국처럼 살생물제를 목록화해 단계적으로 위해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한편, 조경규 환경부장관은 지난달 18일 정책간담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후속조치인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대책(살생물제 법안관련)이 90%쯤 진전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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