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비이커 매장 [사진=환경TV DB]

 


버려진 폐가구, 물탱크, 침대 매트리스 등을 이용해 꾸민 공간에 젊은이들이 북적거린다. 매장에는 버려진 자개장롱이 다시 닦여져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고, 물기를 닦고 의자로 변한 세면대 위에는 비누와 샴푸 대신 모자와 목도리 등이 올라가 있다. 매장 옷을 입어보고 싶으면 물탱크를 개조해 만든 탈의실로 들어가야 한다. 

'리사이클(re-cycle)'이라는 재순환을 통해 단순 제품을 뛰어넘어 새로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로 재탄생한 제일모직의 플래그십 스토어 '비이커(Beaker)' 매장의 모습이다. 

2012년 10월 문을 연 비이커는 삼성물산(패션부문)에서 운영하는 편집샵이다. 현재 청담동과 한남동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며, 국내 유명 백화점 등에도 입점해 있다.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이 비이커에 입점해 있다. 

비이커는 실험실에서 다양한 물질을 혼합, 완전한 새로운 물질을 창조해내는 실험도구 ‘비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다양한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이 비이커 안에서 융합돼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나가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 

한남동 비이커 플래그십 스토어는 ‘정크야드 프로젝트’가 적용됐다. 이 프로젝트는 매장의 건축, 인테리어, 가구 등이 ‘리사이클’ 콘셉트를 바탕으로 준공 및 제작됐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서울 및 근교에서 철거되는 건물에서 발생한 폐건축 자재인 붉은 벽돌이나 문짝 등을 재활용해 한남동 건물 외관을 꾸몄다. 한남점과 청담점 모두 버려진 폐가구, 물탱크, 침대 매트리스 등을 가구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매장 내부에 진열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도꼭지를 옷걸이로 활용하거나, 침대 매트리스를 선반으로 비치하고, 물탱크를 탈의실로 연출했다. 버려진 자개 옷장에는 옷이 걸려 있어 마치 오래된 옷장에서 추억의 옷을 꺼내 입는 듯한 묘한 느낌까지 낡은 문틀도 공간 분리 역할을 해 한 매장 안에 다양한 공간이 있는 듯 한 착각을 들게 한다. 점원 창구 역시 다양한 창틀, 서랍장, 문틀을 이어 붙여 새로운 공간을 창조했다.

한남동 비이커 매장 [사진=환경TV DB]

 


재개발 지역의 삶과 기억을 재생하는 작업이자 낭비적 재개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의 전시 ‘디자인 미래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이커는 랙앤본,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 아스페시, 잭 스페이드, 정욱준과 같은 세계적 디자이너들과 함께 동물보호로 유명한 김현성 포토그래퍼 등 10명의 아티스트와 리사이클링을 주제로 티셔츠를 제작‧판매하기도 했다. 판매 수익금은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 기부해 친환경 사업에 예술을 접목한 바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리사이클링을 넘어서 업사이클링으로 꾸며진 매장은 이미지 차원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도 비이커 매장은 트렌드를 이어 나가는 매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 주] 최근 가습기살균제, 미세먼지, 정수기 이물질논란 등으로 일반 소비자들 뿐만아니라 산업계에서도 그 어느때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환경문제는 이제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면서 일상생활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환경TV는 관련 사업을 단순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사업자체를 친환경성에 방향성을 두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기업을 발굴, 소개하고자 한다.

ais8959@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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