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지속가능한 도시숲 학술대회'서 기조강연

 


"남산에는 가격과 관계없는 가치가 있다."

세계적인 석학 100여명이 서울시청에 모여 도시숲의 발전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우리측 전문가들은 남산의 가치에 특히 주목했다.

이번 행사는 도시 숲의 발전방안과 녹색복지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 자연과 생태의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2016 지속가능한 도시숲과 환경인문학 국제학술대회'란 이름으로 서울시와 동국대학교, 문학과 환경학회가 공동주최했다. 5일 서울시청에 이어 6일 행사는 동국대학교에서 열렸다. 

5일 기조강연에 나선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행복한 도시, 서울을 위한 남산의 역할과 비전'을 통해 빈부와 사회적 지위를 떠나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남산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했다.

주 대표는 "문화는 특정한 계층이 즐기는 것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문제는 대통령 주변의 일부 사람들이 그들만의 문화와 스포츠를 독점하려고 했던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문화는 모든 사람이 널리 즐기고 서로 공유해야 (탈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를 헬조선, 헬코리아라고 부르고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들도 나왔다. 한국 교실에는 경쟁자만 있고 친구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주 대표는 "더 잘 살아야겠다는 목표는 양극화를 부른다. 다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문화로 확산시키자"며 "슈퍼에는 가격이 있지만 남산에는 가격이 아닌 가치가 있다. 자연과 함께 모두가 공존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산의 비전에 대해 "남산은 사고와 치유라는 두 가지 선물을 준다. 걸으면서 사색에 잠기다보면 마음의 상처가 치료된다"고 제시했다. 

주 대표는 끝으로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며 "올해를 지나 2017년 우리 모두가 공존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남산을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남산의 역사적인 특성에 주목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대표는 "남산은 집에서든 시내에서든 골목에서든 어디에서도 보이는 산이고, 남산 밑으로 아주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시설들이 있고 그 사이에 사람들이 있다"며 "남산 밑으로 한 도시의 사회적, 경제적인 변화와 가치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이것이 역사도시경관"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남산도 바뀌었고, 남산이 바뀌면 서울이 바뀐다"며 "당시 권력자가 남산을 바꿈으로써 서울을 바꿔 자신의 정치적 색깔이나 생각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4년 발굴조사에서 남산에선 조선신궁터의 흔적과 태조, 세종 등 조선시대 시간 흐름을 따른 성곽이 발견됐다. 이승만 대통령 동상 초석이 있고,  박정희 정권에서 세운 반공의 탑 등 민족주의를 내세운 동상들이 곳곳에 세워졌었다. 

특히 서 대표는 "남산 나무도 노태우 정권 노무현 정권 때 기념식수된 나무들로, 이런 식으로 시간적 켜가 쌓여있다"며 "이제 2016년 우리가 '켜'를 써야 할 차례다. 올해 무슨 일이 일어났고, 사람들이 뭘 좋아했는지 등이 담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간 우리는 남산을 일제에 빼앗긴 자존심 내지는 특정 정권에 침탈당했다는 식의 피해의식적 단어로 주로 사용했다"며 "하지만 피해의식은 이제그만 버려야 하고, 남산은 무슨 짓을 해도 서울의 상징이기 때문에 보존도 하고 활용도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에 따르면 그간 남산에 대한 포괄적인 계획은 한번도 수립된 적이 없다. 1991년 민선시장이 첫 선출되고 나서야 남산의 도시계획적 측면과 서울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돼 '남산 제모습 찾기' 종합계획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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