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고속철도 승무원들 [촬영=백경서 기자]

 

6여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수서고속철도(SRT)가 언론에 공개됐다. 2일 수서역~동탄역~오송역 구간을 직접 타보니, 인터넷 속도나 좌석의 편리함 등은 KTX에 비해 월등히 편했지만 세계 3번째로 긴 율현터널(50.3km)을 지나가는 동안 지진 등 재난 대비책에는 다소 의문점이 남았다. 

이날 오전 10시, 수서역 연결통로를 통해 수서발고속철도역 지하 2층 플랫폼에서 기차를 탄 후 첫 햇빛을 본 건 약 22분 뒤였다. 수서역에서 동탄역(14분 소요)을 지나 8분여간을 더 달려야 율현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다. 

율현터널은 스위스 고트하르트베이스터널(57㎞)과 일본 세이칸터널(53.9㎞)에 이어 세계서 3번째로 긴 터널이다. 수서역~동탄역~지제역 노선(61.1㎞)의 82.3%를 차지한다. 이에 당초 율현터널에 대한 화재, 지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았다. 

SR 관계자는 “율현터널 내 대피가능통로 20개가 평균 간격 2.3㎞로 있다”며 “화재시 2~30분 안으로 대피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화재 발생 시 제연시스템이 가동해 화재 피난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주도록 시공됐다"고 덧붙였다. 제연시스템은 화재 발생시 양쪽에서 송풍기를 가동, 피난방향으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고 반대방향으로는 유독가스를 배출해 피난 시간을 확보하는 시스템이다. 

김환복 SR 대표이사는 “오는 8일에도 승무원 등 직원대상으로 화재대피훈련이 예정돼 있다”며 “율현터널 용인정거장 근처 균열발생 구간은 보강작업 완료 후 전문기관에 의뢰, 정밀 안전점검을 실시해 문제점 없는 최상의 상태로 판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진안전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SRT 철로는 진도규모 6.0 지진에 맞춰 내진설계가 돼 있으며, 율현터널 자체도 규모 6.0, 수서역 등의 건물은 6.5에 맞춰 각각 설계됐다. 

또한 SRT노선과 율현터널 밑의 신갈단층대가 평행해 있어 지진발생 시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게 SR측의 설명이다. 다만 터널 속에 있을 때 대지진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 경주 지진 때처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해 승객이 대피해야할 경우가 생긴다면 30분의 시간은 너무 길게 느껴진다.  

좌석 비교표 [출처=SR]

 

◇ KTX와 경쟁구도…편리함, 가격에서 ‘승’

“1800년대 말 철도 역사가 시작된 이래, 117년 만에 최초로 고속철도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날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서 한 말이다. SRT와 KTX는 철도시설공단이 만들었지만 SR과 코레일이 각각 운영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거의 독점적으로 고속철도를 운행했던 KTX에 경쟁사 SRT가 등장해 오히려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보고 있다.

좌석의 편안함, 인터넷 사용의 편리함 등은 KTX보다 월등했다. 공단 관계자는 무릎 공간이 기존 KTX-산천의 143mm보다 57mm증가, 발뻗음 공간은 130mm보다 52mm 각각 증가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인터넷 속도는 KTX의 8배, 용량은 2.2배로 끊김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시승 도중 약 5분간 노트북을 덮었다 켰지만 추가로 연결할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이어졌다. 수서역~오송역으로 가는 43분동안 단 한번도 도중에 끊기지 않았다.

아울러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서 가격 경쟁구도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SRT는 수서역을 출발해  동탄역, 지제역에 차례로 정차하며 천안아산역부터 KTX와 같은 선로를 이용한다. 수서역 근처의 강남권, 서울 동남권 거주자들은 경부선(수서~부산)과 호남선(수서~목포)을 타면 KTX에 비해 약 10%의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만약 서울역에서 KTX를 타 부산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천안아산역에서 SRT부산행을 갈아타면 요금이 더 저렴해 가격경쟁 측면에서는 SRT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SR 관계자는 “4호실을 임산부, 노약자 등 배려석으로 만들 예정”이라며 “특실과 좌석이 같은데 요금은 일반실과 같아 많은 고객들이 선호할 것이라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SRT는 1일부터 한달간 실제 운영상황과 유사한 조건으로 운행 점검을 최종확인하는 ‘영업시운전’을 거쳐 12월 중순경 개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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