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백경서 기자]

 


“다이어트를 하려면 밀가루를 피하라”,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안 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최근에는 ‘글루텐 프리’, 즉 밀가루가 포함되지 않은 식품광고까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렇듯 정말 밀가루는 만병의 근원일까.

밀은 1만2000년 전에 인간이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재배한 첫 작물로, 현재 전 세계 70%의 인구가 주식으로 삼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가을에 씨를 뿌려 다음해 여름 밀을 수확했다고 적시돼 있으며, 사계절의 기운을 받아 오곡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밀가루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밀가루가 포함된 빵, 파스타 등은 살찌는 음식으로 규격화되고, 동양인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교수는 식품위생안전성 학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밀가루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며 “밀가루 속 단백질인 글루텐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셀리악병’을 앓는 사람은 밀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에서도 단 1%뿐”이라고 설명했다. 

셀리악병은 밀가루가 포함된 음식을 먹으면 구토, 설사, 편두통 등이 생기는 질환이다. 셀리악병 환자가 아닌 사람도 글루텐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 가스가 차는 증상이 종종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글루텐 예민증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또 “국내에서는 셀리악병은 단 1건의 임상 보고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사실 글루텐 프리는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학회에서는 밀가루보다는 설탕, 기름 등 튀김이나 빵, 인스턴트 식품 제조에 들어가는 다양한 식품 첨가물이 살이 찌도록 하며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한 가지만 가지고 공포감을 자아내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한의학에서도 보약을 먹을 때 밀가루를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방어진료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루텐 프리 쌀짜장면 제품 [출처=독자제보]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밀가루에 대한 나쁜 인식이 기업들의 노이즈마케팅과 황색저널리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가 넘쳐나면서 음식 흑백논리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한 식품전문가는 “최근 산업계 전반에서 ‘글루텐 프리’를 강조하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며 "다이어트에 관심이 커진 소비자들에게 쌀로 만든 짜장면을 내놓으면서 글루텐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은 곧 화젯거리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이목을 현혹시키는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전했다.

한 소비자는 “밀가루 뿐 아니라 커피도 몸에 좋다고 했다가, 나쁘다고 했다가 도무지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라며 “건강정보가 독자의 관심을 끄는 건 맞지만 언론에서도 신중하게 보도해 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이덕환 교수는 "음식은 과학이 아니라 문화"라며 "언론을 통해 주목받게 되면 소비가 늘어나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해 기업들이 자극적인 이슈를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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