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12일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7)의 결과에 대해 "파국은 면했지만 지구 살리기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11일(현지시간) 194개국 대표단은 교토의정서 연장과 2020년까지 선진국,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체제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협의문에 따르면 교토의정서 연장기간은 최소 5년이다. 5년 연장(2013∼2017)할 것인지 8년 연장(2013∼2020)할 것인지는 내년 말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18차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된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일각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하던 분위기에 비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소장은 "냉정하게 볼 때 이번 협상은 지구 살리기와 윤리적 측면에서는 실패한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새 기후체제의 출범을 8년 늦추면서 당장 기후변화로 죽어가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을 방치하는 결과를 용인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또 안 소장은 "교토의정서 제2차 공약기간에 불참을 공언해 왔던 러시아, 일본, 캐나다가 태도를 바꿔 잔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들 세 국가들은 미국, 중국, 인도 등이 구속력 있는 감축체제에 참여하지 않는 한 교토의정서 제2차 공약기간의 감축의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과 함께 이 세나라마저 빠진 상태에서 연장되는 교토의정서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만을 감축 대상으로 다루게 된다고 안 소장은 덧붙였다. 이번 결정이 ‘반쪽 합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는 것.

이번 협상에서 또 다른 쟁점은 2020년경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기후체제의 법적 지위에 관한 문제라고 안 소장은 평가했다.

그는 "지난 10일 오후부터 11일 새벽까지 인다바(indaba; 중요한 회합을 일컫는 남아공 줄루 언어)가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것은 합의문에 들어갈 몇 마디 단어 때문이었다"며 "유럽연합은 새 기후체제의 법적 구속력을 확실히 해두기 위해 ‘법적 체제(legal instrument)를 가진 의정서’라는 구절을 넣고자 했지만 ‘법적 결과물(legal outcome)로서의 의정서’를 고집하는 인도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야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브라질 협상대표의 중재안이 받아들여져 새 기후체제는 ‘법적 효력을 가진 합의 결과물(agreed outcome with legal force)’이라는 지위를 갖게 됐다. 그러나 이 표현이 어느 정도의 법적 구속력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해석이 갈린다는 것.

때문에 이 문제는 향후 새 기후체제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다시금 논란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안 소장은 분석했다.

그는 "더반 기후변화 총회는 향후 기후변화협상의 로드맵 마련에는 성공했다"며 "그러나 더반 기후변화 총회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보여준 것은 절박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미국이나 중국의 지도자가 아니라 최빈국과 태평양 도서국가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남보미 기자 bmhj44@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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