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에만 수 개월에 지쳐가는 직원들…질의응답은 형식에 그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한참 진행중이던 지난주 월요일, 피감기관에서 온 공무원들과 국회의원 보좌진, 취재진들로 북적이던 국회 5층 복도 바닥에서 한 여성이 호흡 곤란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선 동료들이 손과 발을 주무르며 119구급대와 통화를 하면서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국감 관련 업무를 수행하던 직원으로, 국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알려주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국감은 14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3주가량의 짧은 기간동안 상임위별 정부 기관과 산하·소속기관에 대한 지적사항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피감기관이 너무 많아 질문을 하는 의원들도, 피감기관들도 제대로 된 답변과 질문을 주고받기 어렵다.

피감기관 직원들은 국감 약 3~4개월, 또는 그 전부터 자료 준비를 한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덜한 기관은 그나마 좀 낫지만 대부분 밤을 새거나 주말에도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감사 당일에도 직원들은 오전 6시부터 끝날때까지 회의실 밖 복도에서 답변자료 등을 준비하며 대기한다. 하지만 정작 질의응답에서는 "검토해 보겠다"로 끝나거나, 시간적 제약으로 해명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비효율적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질의를 하는 의원들도 답답하다. 1인당 질의 시간은 길어야 7분. 1분가량 추가된다고 해도 문제 제기를 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요 이슈 위주로만 질의가 몰려 준비한 질의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을 해야 하지만 공기업들조차 영업비밀이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문제제기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감에 참석한 공기업 기관장 일부는 임기가 끝났지만 후속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검토해보겠다.", "의원님 지적에 공감한다" 등 면피성 답변과 형식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결국 차후 서면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받는다.

국정감사는 정부기관의 과거 정책집행에 대한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향후 개선방향을 제시하는데 의의가 있다. 누진제와 원전 안전 문제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 산적한데 당사자들은 원론적인 답변뿐이다. 앞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은 국감에서 금지어로 지정하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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