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리콜 후교체' 원칙 고수... '재산권 침해' 성난 차주들 '폭스바겐 봐주기' 주장
폭스바겐 차량 리콜과 관련, 리콜의 전제조건인 '임의설정 인정'이 폭스바겐 차주와 환경부간 쟁점이 되고 있다. 리콜보다 '자동차교체'를 원하는 차주들과 '선리콜, 후교체' 입장을 고수하는 환경부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폭스바겐 차주들은 13일 언론보도문을 통해 "환경부가 폭스바겐측에 자동차교체명령을 내리지 않기 위해 임의설정 인정을 받아내는 것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앞서 6일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의 티구안 차량에 대한 리콜계획서를 접수하고 5~6주간에 걸친 리콜 검증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이미 11개월 전에 리콜명령을 내렸지만 폭스바겐측은 임의설정(배출가스 장치조작) 인정에 대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이번에 환경부가 두 차례 공문을 보내 회신이 없는 것을 임의설정 인정으로 간주하고 리콜 절차에 착수하게 됐다.
폭스바겐측은 리콜서류 보완요구사항인 임의설정을 사실상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이번에 제출한 티구안 차량의 리콜계획서에서 '두 가지 모드의 소프트웨어 탑재' 사실을 인정했다.
폭스바겐은 미국 정부에 제출한 서류에도 임의설정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와 함께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제출받은 폭스바겐 측 미국 제출 서류를 확인한 결과 '자사 경유차에 두 가지 모드 소프트웨어 탑재 사실을 인정'한다고만명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이를 임의설정과 동일하다고 간주한 것이다.
이렇듯 폭스바겐이 한사코 '임의설정 인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민.형사상 보상과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울환경운동연합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폭스바겐은 ‘임의설정’조작을 인정하지 않은 리콜계획서 접수로 향후 민·형사상 소송에서 소비자피해보상 등 책임을 비켜갈 수 있는 구실을 얻었다"며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임의설정을 인정하지 않을시에 즉시 차량교체명령을 내리는 강력한 조치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스바겐 차주들은 배출가스 조작차량 운행으로 인한 환경권 침해와 중고차 가격 하락으로 재산 손해를 봤다며 지난달 차량교체명령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환경부도 폭스바겐 차량이 교체명령 대상에 해당하는지 정부법무공단과 환경부 고문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그 결과 우선 리콜을 실시하되 리콜로는 차량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차량교체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자문을 받았다. 차량교체명령을 내리려면 리콜 검증 과정에서 배출가스저감장치 미작동과 연비 차이가 국토부 규정의 5%를 넘어서야 한다.
두 자문기관은 차량교체 범위에 대해선 동일한 성능의 신품이나 동일한 성능의 중고차로 교체해 줘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만일 차량교체명령이 내려진다면 폭스바겐 차주들은 동일한 성능을 가진 신차로 교체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법률자문만 받은 상황으로 차량교체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5~6주간 리콜 전후 배출가스(교통환경연구소)와 연비(자동차안전연구원) 변화를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간 대기환경보전법 제50조 제7항에 의거, 리콜로 배출가스 부품의 결함을 해소할 수 없는 경우에 차량교체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한치의 변화도 없는 것이다.
또 대기오염을 이유로 정부가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도 자문을 의뢰했지만 국가 수행업무와 중복돼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환경부가 폭스바겐 측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는 과징금 부과와 리콜 착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폭스바겐 차주들은 다음주 환경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한다.
폭스바겐 피해 차주 5354명을 대리한 하종선 변호사는 "환경부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엔진 ECU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한 리콜방안을 승인해주기 위해 차주들의 차량교체명령 요구를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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