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중요공시 기업이 직접 할 수 있어...조사 착수"

이관순(왼쪽부터) 한미약품 사장·손지웅 부사장·김재식 부사장. [사진=박준영 기자]

 


한미약품이 최근 대형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늑장 고시로 인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2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올무니팁 안전성 문제와 파트너사의 개발 중단, 그리고 공시 관련으로 심려를 끼쳐 드려 회사 대표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사장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폐암 신약 올무티닙의 아스트라제네카 경쟁 약물과 올무티닙 임상 2상 중간결과를 종합평가해 개발 및 상업화 권한을 반환하기로 했다"며 "공시가 지연된 것은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밟는 과정 중에 발생한 일이었을 뿐, 의도적인 일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는 '공시지연의 책임이 있다'며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중요한 공시는 거래소 승인 없이 기업이 직접 할 수 있고, 새벽 6시부터 당직자들이 근무하기 때문에 충분히 개장 전 공시가 가능했다"며 "공시지연의 책임 전적으로 한미약품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악재 공시가 뜨기 전인 장 개시 30분 동안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대량 매도하거나 공매도를 쳐 부당이익을 챙긴 세력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과 30일 하루를 간격으로 중대 기술계약 성사와 해지 공시를 연달아 냈다.

29일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50분 한미약품은 미국 제넨텍과 1조원 상당의 표적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다음 날, 오전 9시29분 한미약품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폐암 치료 신약 물질인 '올무티닙(HM61713)'의 사용 권리를 반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24시간도 안 돼 한미약품에 호재와 악재가 겹치자 주가는 요동쳤다. 결국 한미약품은 30일 주당 5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넨택과 기술계약 성사을 맺었다고 밝힌 하루 만에 주가가 11만2000원(18.06%)이나 떨어진 것이다.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했다. 특히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 파기 소식을 장이 열리기 전에 공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의도적인 늑장 공시"라며 한미약품을 질타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한미약품의 뒤늦은 공시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글이 잇따랐다. 

이와 관련해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은 "베링거인겔하임에게서 문제 약물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공문을 이메일로 9월 29일 오후 7시6분 받았고, 30일 오전 8시30분 거래소에 도착해 거래소 공시담당자와 만나 8시40분부터 공시를 위한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회사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직접 공시를 입력할 수는 있지만 근무시간이 끝난 밤엔 입력을 해도 공시되지 않는다"며 "거래소 당직자나 당번이 있지만 정정 공시인 데다 중요한 건으로, 내용을 잘 아는 담당자가 맡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중요 공시라는 판단에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공시가 지연돼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의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한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은 "지난 7월 올무티닙의 경쟁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 임상 3상 결과가 나오면서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올무티닙의 안전성에 대한 설명도 추가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무티닙 투여 후 독성표피괴사용해(TEN) 2건,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 1건이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올무티닙으로 인한 사망은 독성표피괴사용해(TEN) 이상 반응 1명이다. 스티븐슨존슨증후군 환자는 기존에 앓고 있던 폐렴이 악화해 사망했다.

손 부사장은 "올무티닙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지난 4월 그리고 6월과 9월에 보고됐다"며 "3차례에 걸친 사례의 경우 완전 새로운 부작용이 아닌 이미 허가된 약제에서도 드물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사망 사례 발생 후 식약처와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했으며 추가 분석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시판 후에는 좀 더 안전한 조치가 필요하고, 잠재적인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서 식약처가 안전성 서한을 배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트위터 캡처]

 


한편 한미약품의 해명에도 SNS와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한미약품의 모럴해저드를 비난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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