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규 환경부장관이 가습기살균제 사고 후속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5일 취임사를 통해 밝힌 최우선과제 역시 가습기살균제 후속처리였다.

조 장관은 취임 나흘만인 9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면담을 갖고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폐 이외 질환에 대한 판정기준 마련과 신속한 조사 판정, CMIT/MIT 피해 메카니즘 규명, 피해자 지원을 위한 서비스 개선 등을 약속했다.

이 약속은 즉각 이뤄졌다. 조 장관은 당일 오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내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센터를 방문해 피해자 입장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지원센터는 상담전문인력 확충과 지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약자와 거동 불편자 등을 대상으로 한 방문접수 상담, 의료기관 영수증 발급대행 등 개선 계획을 마련했다. 

지원금 신청 절차도 간편하게 바꾸고 방송 및 옥외광고 등을 통해 피해자 발굴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기존 서울아산병원 1곳에 불과했던 참여병원을 11개로 늘려 피해신청자들의 조속한 판정이 기대된다. 

그런데 한 가지 모순이면서 아쉬운 구석이 있다. 폐 이외 질환에 대한 판정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대목이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폐섬유화'를 기준으로 판정단계가 나눠진다. 소엽중심에서 벌어지는 섬유화는 1~2단계, 소엽에 걸쳐 있으면 3단계, 폐 소엽의 전혀 다른 곳에서 섬유화가 일어났으면 4단계로 판정한다. 

이 가운데 치료비 등 정부 지원을 받는 단계는 1~2단계뿐이고 건강피해 모니터링도 3단계 판정자까지만 해 준다. 

환경보건시민단체에 따르면 3~4단계라도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폐 이식을 기다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깊은 심호흡 한 번 할 수 없고 일상생활이 전혀 불가능한 채로 짧으면 1년, 길게는 5~10년씩 고통스럽게 살다가 서서히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비염, 천식 등 폐 이외 질환과 가습기살균제의 연관성을 검토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명백한 판정 기준인 폐섬유화 당사자인 3~4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먼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하태경 의원(새누리당)은 지난달 27일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건강모니터링 대상을 4단계까지 확대할 것과 옥시 출연 기금 50억원을 생명이 위독한 피해자의 긴급구제에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만큼 3~4단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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