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남 거제에서 해산물을 섭취한 콜레라 환자 3명이 발생한데 이어 부산에서 4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국내에서 15년만에 발생한 콜레라에 대해 보건당국은 원인규명에 나섰지만 아직 근원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부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47세 A(47)씨가 지난달 29일 설사 등 콜레라 의심증상으로 신고돼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으로 판명됐다.

A씨는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고 다음날인 29일 오후 6시께 부산시내의 한 일식집에서 초밥 등을 먹은 뒤 오후 8시께 설사 증상을 일으켰다. 

보건당국은 콜레라의 평균 잠복기가 2~3일인 점을 감안하면 필리핀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씨는 현지 식당에서 물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일식집을 비롯해 A씨의 부인, 여행을 함께 다녀온 일행, 일식집 점원 등 접촉한 15명은 콜레라 음성 판정을 받았다. 부산시는 4일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콜레라균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매년 콜레라 해외유입 사례가 평균 10여명에 이르는 만큼 이번에도 해외 유입 가능성이 높고, 추가 감염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다. A씨가 필리핀에서 감염됐다면 올해 첫 해외유입 환자가 된다.

앞서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거제에서만 3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지만 정확한 감염경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은 4번째 발생한 콜레라의 유전형이 지난달 경남 거제에서 잇따라 발생한 콜레라와 동일한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지문분석(PFGE)에 나섰다. 일단 거제에서 발생한 3명의 환자에게서 발견된 독성 콜레라균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거제에서 발생한 3명에 대한 조사결과 서로 역학관계는 없었다. 다만 감염된 콜레라균의 유전자형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 해수나 수산물을 통해 균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거제에서 발생한 콜레라균은 2001년 이전과 유전자형이 다른 것으로 분석되면서 외부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256건의 콜레라균 유전자형 데이터베이스(DB) 중 216건은 해외에서 유입됐고 나머지 40건은 국내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초기 발생 이후 이미 열흘이 넘게 시간이 흐른만큼 원인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001년 경상도에서 142명이 콜레라에 감염됐을 당시에도 보건당국이 감염경로를 찾기 위해 다양한 환경검체를 검사했지만 결국 원인균을 찾지 못한 채 조사가 종료된 바 있다. 

보건당국은 더 많은 콜레라균DB 확인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해수 검사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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