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젝트 홍대점 [사진=환경TV DB]

 

홍대를 걷다보면 트렌디한 편집샵이 종종 눈에 띄는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쇼윈도 안으로 눈길을 끄는 매장이 있다. 자전거 휠이 전구를 감싸고, 인화지 봉투를 재사용해 만든 에코백이 매장 입구 한 켠에 놓여있는 곳. 홍대 현명한 소비의 시작 ‘오브젝트’다.

오브젝트의 제품들을 살펴보면 같은 지갑과 목걸이라도 동일한 모양의 제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업사이클링’ 제품이기 때문이다. 업사이클링이란 기존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매장에 들어서면 ‘바다보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파란 홍보 책자가 놓여있는 곳엔 귀걸이와 목걸이 등 장신구가 진열돼 있다. 언뜻 보면 정말 바다에서 나온 보석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오해하기 쉽다. 사실 이들은 ‘쓰레기’에서 만들어진 보석이기 때문이다.

깨지고 버려진 유리조각이 오랜 시간 파도에 깎여 해변에 밀려나온 것을 ‘바다유리’라고 한다. 바다유리는 공기와 물이 통하지 않아 바다 생태계를 망치는 주범 중 하나다. 바다보석은 전국 해안서 바다유리를 수거해 공예품을 만들어 장신구로 판매되고 있다. 바닷가를 오염시키던 주범이 목에서, 귀에서 반짝거리게 해주는 셈이다.

큐클리프 폐우산 재활용 필통 [제공=오브젝트]

 

그 옆에는 조금은 독특해 보이는 필통과 지갑이 눈에 띈다. 마치 우산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이 제품은 실제로 버려진 우산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폐우산을 세척하고 다림질해 손으로 재단해 만든 제품들은 같은 다양한 패턴의 조합으로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우산으로 만들어진 지갑 뿐 아니다. 버려진 자투리 원단을 이용해 만들어진 지갑도 다른 한켠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은 20톤으로, 연간 수치로 보면 한 해 7만2000톤에 달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버려진 자투리 원단이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나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도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립 시 섬유가 자연분해 되는데 최소 500년이 넘게 소요돼 토양오염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오브젝트는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모아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 원단의 유통기한을 더 늘려 사용하고 있다. 

단순 에디터의 손을 통해서만 사물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선 평범한 소비자들끼리의 물물교환도 진행된다. 기존 사용자에게서 떨어진 제품사용의 필요성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장을 만들어준다. 공정한 선별과정으로 제품의 등급을 나눠 등급교환을 진행하거나, 이야기가 있는 특별한 사연, 추억이 담긴 사물들끼리의 물물교환도 진행된다.

오브젝트는 사물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현명한 소비를 지향하고 있는 브랜드다. 유통 제약이 많았던 아마추어 브랜드, 1인 체제 디자이너에게 유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선반 대여, 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브젝트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 250여팀의 디자이너들이 뭉쳐 사물의 공유, 공동 프로모션 등을 함께 하고 있다.

바다보석 이미지 [제공=오브젝트]

 

김지혜 오브젝트 에디터는 “사물은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언제든지 쓰고 버릴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며 “이 때문에 시작된 비정상적인 생산과 소비 등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일상 속에서 ‘사물’이라는 것이 버려지지 않고 선순환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지속 가능한 사물의 가치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며 “단순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취급하는 일을 넘어 스토어·사람·사물의 관계를 중요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편집자 주] 최근 가습기살균제, 미세먼지, 정수기 이물질논란 등으로 일반 소비자들 뿐만아니라 산업계에서도 그 어느때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환경문제는 이제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면서 일상생활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환경TV는 관련 사업을 단순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사업자체를 친환경성에 방향을 두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기업을 발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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