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만 환경보건기술연구원 원장·건국대 환경공학과 겸임교수

백영만 환경보건기술연구원 원장

 

1997년 IMF 당시 우리나라는 높은 성장성과 고학력 인프라를 갖춘 국내 3위의 대기업인 대우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도산하거나 외국기업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외국 기업들의 선진화된 환경리스크(위험성) 평가시스템으로 인해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감수한 바 있다.

이러한 환경리스크 평가 및 관리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재정적 손실은 비단 기업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기업에게 담보대출 또는 신용대출을 해주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게도 매우 중요한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이 이미 1980년 수퍼펀드법(CERCLA)를 제정해 토양오염 원인자의 배상책임 의무를 강력하게 부과한 이후 선진 외국의 금융기관들은 환경리스크 평가 및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스위스 연방은행인 UBS는 1992년 세계 최초로 투자 시 환경리스크 평가제도를 도입한 이후 현재는 환경을 고려한 여신이 전체의 9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제도가 정착돼 있다. 또한 독일의 세계적인 손해보험사인 알리안츠도 그룹 차원의 국제전문위원회를 운영해 기업의 환경보호 활동 및 투자 정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한편 환경리스크 평가를 넘어선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가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1992년 설립된 UNEP 산하기구인 UNEP/FI(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Financial Initiative, 유엔환경프로그램금융계획)은 기업의 환경리스크 관리를 통해 금융기관이 입을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비용 절감 및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 금융환경의 패러다임은 과거 유형적인 일반 리스크에 국한하던 관점에서 벗어난 무형적인 잠재리스크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환경리스크와 같은 비재무적 영향을 고려한 환경경영이 잠재적 리스크의 핵심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리스크는 부저당 자산, 즉 담보물의 환경오염이 확인될 경우 오염정화 비용의 발생과 거래중단에 따른 가치 하락, 잠재적 대부자의 환경 채무에 따른 가치 하락, 오염사고에 따른 복구 책임과 법규 위반, 그로 인한 조업정지나 과태료 부과와 같은 직접적인 환경리스크와 이미지의 하락이나 그로 인한 고객 이탈, 신뢰도 추락과 같은 간접적 리스크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UNEP/FI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환경리스크 관리시스템의 도입이 검토되고 녹색금융의 친환경 기업활동 유도 및 기업 여신 심사 시 신용등급, 여신 우대, 수수료 감면 제도(국민은행),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문제를 여·수신 등 금융업무에 반영하는 사회책임 금융 추진(한국산업은행), 환경보호 캠페인 및 환경 관련 국제협약 준수(신한은행) 등이 시행되고 있으나 이벤트적 성격이 강해 선진국 수준의 환경리스크 평가제도 및 관리시스템이 요원한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금융기관은 토지가치의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전문 감정평가기관에 아웃소싱을 주던 방식을 폐지하고 자체적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하거나, 법정관리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재무, 회계실사 등에 중점을 두고 환경실사는 생략 또는 축소해 진행하는 등 환경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인식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환경리스크 평가 및 관리시스템을 정착시켜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환경리스크 평가 및 관리 전문가를 양성하고 평가 전문 기관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녹색금융의 개념을 정립해 녹색성장을 지원하고 대부자책임법과 같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의 환경정보 공개를 활성화 시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기업들의 자발적인 환경관리 및 금융기관의 정보 활용을 원활하게 하는 연계방안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여신관리시스템과 환경관리시스템의 연계를 통해 환경산업 및 컨설팅 분야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환경부의 아낌없는 지원과 노력을 기대해 본다.

<백영만 원장 약력>
-금오공과대학교 대학원 환경공학과 박사
-건국대학교 환경공학과 겸임교수
-현(現) 환경보건기술연구원 원장

geenie49@eco-tv.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