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료 소실·후손들이 팔고 법인재산 등록... 환수대상서 빠져

 

올해로 광복 71주년이 됐지만, 친일파 땅 환수는 전체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와 자치단체는 친일파 무덤과 땅을 찾아 단죄비를 세우고 국가 환수를 촉구했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관련소송 97건 중 93건이 종결됐다. 이 93건 중 91건에서 승소해 승소율은 97.8%에 이른다. 2006년 7월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이완용, 송병준 등 168명을 조사해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해당하는 1113만9645㎡를 환수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가에 귀속된 친일파의 땅은 1300만㎡(전체 3%)에 불과하다.

남아있는 4건은 모두 친일파 이해승과 관련된 소송이다. 남은 4건이 해결되는 대로 친일파 재산환수 작업은 모두 마무리된다.

이해승의 손자 그랜드힐튼서울호텔의 이우영 회장은 경기 포천시 임야 등 192필지(공시지가 110억원대)에 대해 국가귀속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현재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조선 왕실의 종친 이해승은 1910년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았고 1912년 한국병합기념장도 받았다. 이후 채무보증을 잘못 서 큰 빚을 떠안자 재산을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신탁하는 조건으로 채무를 변제했다. 1942년 조선귀족회 회장에 오른 뒤 조선총독을 방문해 일제 육군과 해군에 1만원씩 국방헌금을 냈다.

해방 후 1949년 2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이해승을 체포해 기소했지만 반민특위가 와해되면서 풀려났다. 이해승의 재산까지 환수된다면 168명 친일행위자의 재산 2475필지(약 1267억원)가 국고로 돌아온다.

하지만 국가에 환수되는 땅은 친일파들이 일제 강점기 보유했던 재산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현행 상법 상 후손들이 물려받은 토지를 팔거나 법인 재산으로 등록하면 환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을사오적 이완용은 일제강점기 여의도 면적 두 배에 가까운 토지를 소유했지만 국고로 돌아온 것은 이 토지의 0.09%에 불과하다. 또 친일파 송병준도 일제강점기 당시 받은 토지의 0.04%만 환수 대상이 됐다.

조사위 관계자는 "해방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토지 관련 행정자료가 사라져서 찾지 못한 것도 많다"며 "해방 이후 곧바로 친일청산 작업에 들어갔다면 친일파 재산을 모두 찾아내 국고로 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는 지난 12일 이두황의 친일 행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사후 100년 만에 묘로 올라가는 길목에 이른바 '단죄비'를 세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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