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보이는 영화 ‘터널’…연출하고 연기하는 ‘진심’이 보인다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 출처=포커스 뉴스

 


김성훈 감독의 말은 자로 잰 듯 정확하다. 써놓은 문장을 읽는 것처럼 논리적이고, 컴퓨터로 오타를 치면 지우고 다시 쓰듯 보다 적확한 단어와 표현으로 고쳐가며 얘기를 한다. 기자의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도 아니건만 적어도 ‘내 영화’에 대해선 평소 생각해 보지 않은 바 없는지 무엇을 물어도 흔들림이 없이 준비해 놓은 답인 것처럼 꺼내놓는다.

갖은 수로 꼬드겨도 넘어오는 법이 없다. 때로 어떤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는 질문자의 의도나 의견에 쉽게 동의하기도 한다. 반대할 논리나 이유가 없을 때 흔히 그렇다. 감독 김성훈은 끈덕지게 안다리, 밭다리를 걸어도 자신의 중심과 저변을 보여 줄 뿐이다. 깐깐한 인터뷰가 피로를 불러일으켰냐고? 한 마디 한 단어 새겨듣는 즐거움이 있었고 솔직하게 내보이는 김성훈이라는 감독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컸다. 자신과 똑 닮은 하정우(본명 김성훈)를 주연으로 내세워 자신들과 똑 닮은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 제작 어나더썬데이‧하이스토리‧비에이 엔터테인먼트, 배급 쇼박스)을 통해 보여 주는 세계에서 맛볼 수 있는 뜨거운 감동과 따뜻한 유머 그대로의 대화였다.

# 신파는 없다…세련된 감정선, 물결처럼 흐르며 '터널'의 공기마저 정제

첫 번째 질문은 ‘터널’의 세련된 감정 조절에 대해서였다. 장면, 장면에서 감정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이정수(하정우 분)와 그의 아내 세현(배두나 분), 구조대장 김대경(오달수 분)을 비롯해 작은 배역들까지를 넘어 영화 자체를 채우고 있는 공기 전반에 감정선이 존재하는데 물 흐르듯 유연하면서도 결코 8.5부 능선을 넘는 법이 없다. 감독이 남겨 준 15%의 여지(room)에서 세현의 슬픔, 대경의 고뇌를 헤아리기도 하고 정수와 함께 절망하다 희망을 품다 울고 웃었다. 또 다른 의미로 터널에 갇힌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도 했다.

관객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고맙지만 논에 물 대듯, 영화에 돈을 댄 제작사나 투자자, 제공자 역시 처음부터 이 조절된 감정선을 반겼을까. 흔히 말하는 눈물과 콧물의 보다 센 ‘조미료’를 원하진 않았을까. 물론 MSG를 원했고 김성훈 감독은 “이거 신파인데,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신파예요”라고 응수했다.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았기에 ‘자연스럽게’, 이토록 가지런히 감정선이 정제됐을까, 혹시 투자자의 조미료 요구를 부드럽게 피해가는 계책은 아니었을까.

“저한테 없는, 제가 아닌 걸 계산을 통해 그렇게 완벽히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요. 이게 저거든요, 저 더 이상 못 하거든요,라는 게 저를 공격하지 말라는 방어적 말만도 아니고요. 제 안에 그러한 본능과 진심이 섞여, 섞였다..라기보다는 ‘있고’, 영화에 그대로 보여진 것입니다. 좀 더 뜨겁게, 좀 더 친절하게, ‘더’ 하면 저희(제작진)가 거부감이 들어요. 친절하게라는 용어를 많이 쓰시던데, 투자사나 제작사가 감독을 설득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용어가 ‘친절하게’, 관객들은 친절한 걸 원합니다,라고요. 일단 관객들이 원하는 걸 안다는 자체에 저는 ‘아세요?’라고 묻고 싶어요. 영화 역사상 관객을 알았던 사람은 없었다고 봅니다. 관객 한 명 한 명은 알겠지만 전체를 안다는 것은 힘들어요. 정말 관객이 친절한 것을 다 좋아하나,라는 의문도 있어요. 확확 바뀌잖아요, 어떤 때는 불친절한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시고요. 관객이 이러이러한 걸 좋아한다고 가정해서 하는 말은 저에게는 믿음이 없어요. 제가 바라는 것은 단지 제가 좋아하는 것을 관객이 좋아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거예요. 제 취향을 고집하면서 유지하면서, 고집이라기보다는 유지하면서 무엇인가를 최대한 성의껏 만들었을 때 그것이 관객과 같은 호흡 지점에 있기를 바라는 거죠. 거기에 괴리감이 생기면 저는 감독으로서 끝이구나 생각하고 있고요.”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자와 그를 구하려는 터널 밖 사람들의 이야기, 신파로 흐를 수도 있는 소재 앞에서 더 뜨겁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그려나간 ‘터널’. 절망의 상황에서 희망뿐 아니라 유머를 잃지 않은 감정선에 대해 김성훈 감독은 정밀한 연출력과 조절의 힘에 대한 칭찬을 사양하고 내면의 본능과 진심이 자연스럽게 빚어낸 결과라고 물러선다. ‘친절하게’라는 투자사의 권유 대신 정성껏 차린 상으로 손님을 기다리는 셰프의 마음을 흥행 해법으로 택한 감독의 진심이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관객이 확인시켜 줄 것이다. 출발은 순조롭다. 10일 개봉하고 이틀 동안 79만9968명이 ‘터널’을 찾았다.

# 어두운 터널 속에서 어둠과 두려움을 걷어내는 방법

봉테일(봉준호 감독의 별명)을 맞먹는 세밀한 연출로 소문난 김성훈 감독, ‘터널’을 빚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줄기는 형식과 내용, 크게 둘이었다.

“형식면에서는, 영화를 끝까지 보게끔 하는 방법은 무얼까 고민했습니다. 화면이 시커멓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때에 따라서는 어둡고 불편하고…, 이거를 극장까지 와서 봐야 해? 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어둠을 안 보여 주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러면 우리 영화의 본질이 사라지니까요. ‘베리드’(Buried, 땅 아래 관속에 갇힌 남자의 탈출기를 그린 할리우드영화)를 찍고 싶은 건 더욱 아니었고,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영화지만요. 어둠을 어떻게 이용할까, 두려움을 어떻게 이용할까에 집중했습니다. 처음에는 하 배우, 정수 씨가 갇혀 있는 상황을 통해 긴장을 유발하고 정수씨의 두려움이 관객에게 이입될 수 있도록 공간의 사실성, 좁고 어둡고 눅눅함을 이용했어요. 그런데 이것도 30분만 지나면 관객이 못 볼 것 같았어요, ‘아, 답답해’ 하면서. 따라서 다음 고민은 갑갑함을 못 느끼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형광등을 켜놓을 수도 없고. 미세한 차이지만 제가 생각한 해결책은, 초반에는 배경 안에 놓인 인물을 봤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배경을 안 느꼈으면 좋겠다, 인물만 봤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주변의 무너진 돌, 깨진 유리 등을 신경 쓰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인물이 웃으면 같이 웃으며 인물대로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이 화면적 좁고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터널 안은 나 홀로 생존기 밖은 쓰디쓴 현실, 이것도 보게끔 해야 하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그렇다고 밖을 판타지로 만들고 싶지는 않고, 때로는 불편할 수 있기에 안에 유머와 풍자를 넣었습니다. 안을 판타지로 만들면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잔인하게 현실을 딱 들이대면 관객이 마음의 문을, 성벽을 닫아버릴 수 있겠다 생각한 거죠. 물론 벽을 타넘어 들어가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스스로 열게끔, 잔인한 이야기지만 ‘들어오세요’라고 맞아주시길 바란 거죠. 유머와 풍자가 들어가면 순순히 열어 주시지 않을까 희망했습니다.”

# 김성훈 디자인, 스태프와 설계도 그리고… 배우가 완성시킨 영화

영화 연출의 주안점이 감독의 의도와 계획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김성훈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디자인을 했지만 스태프와 함께 설계도를 제작했다는 것을 분명히 했고, 그것을 완성시킨 것은 배우였다며 공을 돌렸다.

일단 기본적 설계는 그렇게 했는데 그것을 완성하고 가능하게 했던 것은 저 혼자만의, 저희(제작진) 설계도만의 자신감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하정우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아무리 연기 잘하는 사람이라 해도 자체 발광하는 듯한 유머라든가 연민이라든가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가진 하정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얘기할 때 보면, ‘빵빵, 크락션 소리 들었어요’라고 할 때 ‘크락션’이라고 말하는 입모양이나 모습이 우리 아이와 똑같거든요. 눈이 초롱초롱 할 때도 아이 같아요. 집안에 아이 있으면 모두가 아이만 쳐다보고 있잖아요, 다른 데 안 쳐다보고 하정우만 보게 되는 거죠. ‘터널’의 디자인은 제가 했지만, 배우가 완성한 영화입니다.”

# 김성훈이 꼽은 배두나, 오달수, 하정우의 명장면

이야기는 자연스레 배우들로 옮아갔다. 김성훈 감독은 그들이 완성시킨 명장면을 통해 배우 이야기를 들려줬다.

“제가 정확히 계산해서 배우 각자에게, 캐릭터 한 명 한 명에게 명장면을 부여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먼저 배두나 씨 같은 경우엔 장례식 복도 장면을 들 수 있습니다.”

세현은 남편을 구하려다 안타까이 목숨을 잃은 구조대 최 반장(정석용 분)의 장례식장을 찾지만 노모와 어린 딸을 보고 차마 들어서지 못하고 입구에서 송구함을 삭힌다. 남편을 터널 안에 둔 슬픔은 뒤로 하고 죄인이 되어버린 세현의 처지가 가슴 아프다. 김성훈 감독은 유가족 앞에서 차마 크게 울지도 못하는 세현에서 카메라를 멈춘다. 눈물을 삼키다 복도로 몸을 돌려 오열했을 아내의 눈물은 영화에 담지 않았다.

“까딱하다가는 편집될 수도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복도 장면에서 세현의 감정이 너무 과잉이 되면 주인공이 사라진다, 우리는 결국 터널 안을 봐야 하는데 바깥의 슬픔이 강하면 안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죠. 제가 다 재단할 수 있는 없지만, 쓸 때부터 위험한 장면이 있어요. 시나리오 상에서는 배우가 좋아할 수 있어요. 나쁘게 얘기하면 배우를 유혹한달까, 잘 보이고 싶어 쓴 장면이에요. 하지만 영상으로 보면 빠지기 쉬운 장면 중 하나라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두나 씨가 너무 잘해 줘서 영화에 남았어요. 또 너무 잘하면 뒤에 음지가 생기잖아요. 세현도 살고 그 다음 장면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어요, 카메라 지나가서 펑펑 울라고 주문했습니다. 두나 씨가 의식은 안 했겠지만 본능적으로 버티고 버티다 울더라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이 배두나 배우가 우리에게 남긴 장면이다 싶어요.”

“달수 형 같은 경우엔 원래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인데, 눈이 내리면서 넣게 된, 제설차 보내달라는 장면이 좋습니다. 달수 선배님 워낙 코믹 워낙 잘하시잖아요. 신기한 건 코믹 많이 했다고 하지만 항상 예상을 깨고, 예상한 대로 하는 것 같지만 논리적으로 항상 새로운 것 같고, 새롭지 않은데 왜 새롭지, 저분은? 생각하게 하신단 말이죠. 근데 또 당하는 거예요, 매번 당하는. ‘터널’에서도 역시나 또 새로움이 있는데, 좀 다른 이미지, 오달수가 가지고 있는 진솔함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눈도 많이 오고 구조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사람들은 정수를 잊어가고, 그럴 때 대경이 느끼는 공허함과 안타까움을 간결하게 드러내는 장면이에요. 구조의 지연, 사람들의 외면을 주구장창 보여드릴 수 없잖아요. 더 이상 제설차 한 대도 안 올라오는 게 상황이 상징적으로 그러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대경은 애타게 제설차를 청하지만 그의 힘은 나약하고, 그런 울분을 토해 내는 걸 아주 잘 표현해 주셨어요. 눈 오는 걸 보며 ‘선배님, 이런 거 찍고 싶은데’라고 즉흥적으로 말씀드렸는데, 흔쾌히 ‘요 대사 추가하면 어때’라고, 선배님도 찍고 싶으셨던 거죠. 덕분에 시간 경과와 지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정리해 주는 장면이 생겼습니다.”

오달수는 매번 같지만 다른, 다양한 변이를 보여 온 코믹연기의 대가다. 하지만 이번엔 확연히 다르다. 익히 많이 봐 왔던 모습에서 김대경을 예상하면 오산이다. 그 어느 때보다 배우라는 말이 어울리는 정극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정수가 생환할 것이라는 희망을 관객이 놓지 않도록 하는 힘이 그에게서 나온다.

“하정우 같은 경우엔 명장면이라 할 수많은 장면이 떠올라요. 이거 하나를 택하면 저 장면이 서운해 할 것 같은데요(웃음). 이것은 하정우에게 헌사하는 장면이다 생각하며 찍은 건 아닌데…. 세현이 라디오 방송으로 남편에게 마지막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거를 이제 정수가 받아 안는 장면인데. 죽은 사람처럼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가 컥컥 기침을 하고 한 마디를 하는데 타이밍이 정말 절묘했어요. 저는 그 대사를 알고 있는데 하정우가 도대체 언제 할까, 기다리는데 미치겠는 거예요. 타이밍도 좋았지만 그 말투, 쑥스러워하는 듯이 말하는 거예요. 살아있는 게 미안하다는 듯. 막 오열한다든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 우리가 여태까지 봐온 것들과 다른 표현을 하정우 배우가 해 줬어요. 스태프 들도 다 놀랐어요.”

김성훈 감독의 말대로 상상의 폭을 벗어난 연기는 언제나 경이로움을 경험케 한다. 비단 이 장면뿐 아니라 영화 내내 하정우는 고립의 상황에서 이리 반응하고 저리 대응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생존한다. 정수를 생존시키고 자신의 연기를 살린다. 배우 하정우가 보여주는 여유, 리듬감 있는 템포, 두려움에 대한 유연성은 이정수의 삶에 대한 애착, 사랑하는 가족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을 새로운 온도로 구성해 낸다.

# 영화 '터널'엔 사람이 보인다

영화 ‘터널’은 사람이 보이는 영화다.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가 보인다. 배우가 아니라 그들의 진심이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가능한 일이냐고 비법을 묻자 김성훈 감독은 “그렇게 보셨다면 너무 다행”이라며 “연기가 아니라 연기를 하는 마음이 ‘터널’에서 보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진심을 보여 낼 수 있는 배우를 만나려 애쓴 게 지금의 캐스팅 결과”라며 출연에 응해 준 배우들에게, 또 함께 일하겠다고 나서준 스태프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진심을 전하는 배우를 알아보는 방법을 캐묻자 “사람 관찰하기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사람을 깊이 살피는 그에게 세 주연은 어떤 배우인가를 물었다.

“하정우는 말씀드렸듯 ‘아이’예요. 아이라서 (모든 연기가) 다 되죠, 아이가 통하지 않는 곳은 없어요. 유일무이한 아이 같은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배두나는 (하정우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진 못했지만 제가 생각하는 건 ‘눈물’이에요. 흔히 여전사, 패셔니스타, 워쇼스키 등의 키워드로 그를 연상하곤 하는데 그 안에는 외로운 친구가 있어요. 동굴 속에 있는 친구죠. 그 외로움이 배우 배두나를 가능하게 하고요. 외로움을 가리기 위해 유난히 밝게 사람을 대하고 그래서 모든 스태프한테 사랑 받는 친구예요. 달수 선배는 ‘요정’이에요. 누가 붙였는지, 요정이라는 말이 먼저였는지 천만요정이라는 별명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 신기해요. 가만히 앉아 있잖아요, 술자리에서도 혼자 술 드시고. 하정우처럼 유쾌하게 떠들며 주위를 즐겁게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옆에 있으면 내가 맑아져요. 오달수를 욕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못 봤어요. 살갑게 전화하고 챙기지는 사람도 아니고 무심해 보이죠, 때로 인상이 무섭기도 해요(웃음). 근데 한 마디 툭툭 던지는 게 마법 부리는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한 칭찬은 사양하지만 타인에 대해선 극찬에 침이 마른다. 호평에 겸손한 그에게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 ‘끝까지 간다’(2013), 그리고 이번 ‘터널’, 작품이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비결을 묻자 즉답을 회피한다.

“비결이 있는지 잘 모르겠고요. 다만 영화를 준비하며 뭘 하며 지내는지는 말씀 드릴 수 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 만나며 지내요. 사람들 속에 있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당신은 터널 밖에 살고 있습니까

감독의 연출 스타일, 미술과 특수효과, 조명과 음악…,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 외에도 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영화 ‘터널’의 백미는 사람이 보인다는 것이다. 감독과 배우들, 우리가 이름을 아는 사람들뿐 아니라 얼굴 모르는 엔드스크롤 속 스태프까지 우리는 그들의 진심을 영화 ‘터널’ 안에서 만날 수 있다. 쉽지 않은 영화 만듦의 판타지가 가능했던 배경의 단 100분의 1이라도 이 글이 전했기를 희망한다.

다른 영화와의 약속이 있더라도, 약속 잡을 틈 없이 분주히 삶을 달리고 있더라도 꼭 시간을 내서 ‘터널’의 진심을 만나길 바란다. ‘터널’ 안, 밖 어디에서 살든 현재 무슨 일을 겪고 있든 우리에게 내미는 작지만 따스한, 위안의 손을 맞잡을 수 있다.

dunastar@eco-tv.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