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시작, 검찰 손 놓은 SK케미칼에 칼끝 조준할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시작, 검찰 손 놓은 SK케미칼에 칼끝 조준할까
  • 신준섭 기자
  • 승인 2016.07.0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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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만들고도 검찰 조사는 피했는데, 국조는?
지난 4일 기준 2475명.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4차 피해 접수를 개시한 지난 4월25일부터 두 달여 동안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판정을 신청한 피해자 수다. 

그만큼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잦아들기는커녕 일파만파 확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 조사를 토대로 추정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894만~1087만명에 달한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늘어날 여지가 남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과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를 규명하기 위한 바통은 검찰 조사를 넘어 국회까지 이어졌다. 7일을 시작으로 오는 10월4일까지 90일간 활동하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초점은 정부의 책임 소재와 제조·유통 기업들의 잘잘못을 가리는 데 맞춰졌다.

이번 조사 기간 동안 주목할 부분은 정부 책임 여부를 따지게 될 기관 보고 이후 가해 기업들을 증인으로 불러 진행할 청문회다. 세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판매했고 원료 물질을 공급해 온 SK케미칼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 사실상 '핵심' 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습기살균제 세상에 가져 온 SK케미칼, 검찰 조사는 비껴가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라는 명칭을 최초로 세상에 공개한 회사다. 유공이었을 당시인 1994년, 바이오텍 사업부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가 광고 등을 타고 세상에 알려졌다.

"세워 둔 채로 살짝 눌러 요렇게 붓기만 하면 세균도 촥 물때도 촥, 가습기 메이트 때문에 우린 건강하게 살아요." 광고 모델이 아이를 안고 웃으면서 읽어 낸 광고 카피다.

방송인 임백천씨의 부인인 MC 김연주씨가 아이를 안고 등장하는 이 광고는 '아이'를 위해 가습기살균제가 필요한 것마냥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유공의 '가습기 메이트' 제품 광고. 출처=유튜브

덕분에 가습기살균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공식적으로 원인 모를 폐 질환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라고 발표하고 회수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약 17년간 판매됐다. 연간 60만개까지 판매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속 문제의 물질은 모두 4개다.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PGH),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그 장본인이다.

이 모든 화학물질들은 SK케미칼이 원료로 제조해 공급하거나 완제품을 직·간접적으로 판매하면서 우리 생활 곳곳에 퍼졌다. SK케미칼이 제조한 PHMG는 영국계 회사인 옥시레킷벤키저가 도매업체를 통해 구매해서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직접적인 피해를 양산한 제품도 있다. SK케미칼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메이트는 이 기간 동안 변함 없이 판매됐다. 원료는 CMIT/MIT. 다만 중간에 판매한 회사가 SK케미칼에서 '애경'과 '이마트' 등으로 둔갑했다. 애경 가습기메이트와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 등이다. 

SK케미칼에서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 (자료화면)

 


해당 제품들은 SK케미칼이 계열사 문제로 유통망이 사라진 이후 유통 기업들의 유통망을 통해 이름을 바꿔 시중에 공급됐다. 일례로 애경의 경우 2001년 계약 이후 2002년 10월부터 SK케미칼에서 제조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에 자사 이름을 붙여서 판매를 시작했다. 

결국 SK케미칼은 원료 공급과 완제품 공급이라는 투트랙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판매 역사 전반에 관여했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철희 부장검사) 조사에서는 옥시나 롯데 등 완제품을 제조·판매한 기업들과 달리 책임 소재에서 풀려나는 모양새다. 민주노총과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등이 모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의 SK케미칼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SK케미칼은 "CMIT/MIT의 용도는 미생물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살균‧방부제"라고 환경TV에 밝힌 바 있다. '그 용도'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었지만 책임 소재 추궁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케미칼은 제품을 만들었는데도 직접 판매한 게 아니라서 지금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꼬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구상권이 청구된 기업들 리스트. (자료화면)

 


검찰 수사 비껴갔지만 국정조사는? 
우원식 특위 위원장 "성역 없이 수사할 것"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는 CMIT/MIT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이 정부 판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부분도 한 몫 했다. CMIT/MIT를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경우 정부의 지난 1·2차 판정에서 단 3명만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등급인 1·2등급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 판정 자체로 모든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애경 가습기살균제와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3·4등급 판정자들 중에서는 판정 이후 질환이 심각해지는 상황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부의 1차 접수 기간을 통해 4등급 판정을 받은 경기도에 사는 이모씨(여) 역시 그 중 한 명이다.(환경TV는 이씨의 요청으로 본인과 아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 부모 가정으로 올해 10살이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씨는 2009~2010년 동안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한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뒤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지만 이씨와 아들 모두 4등급이다.

특히 이씨의 아들은 피해 판정을 받은 뒤 한참 지난 후인 지난해 8월 한 대학 병원에서 '섬유성 골형성 이상증'이라는 진단서를 받았다.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비점막(코안 점막)에 섬유화 병변(질병으로 변화한 조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해 들었다. 폐 섬유화 외에 코 섬유화 사례로는 최초다.

이씨의 아들이 지난해 8월31일 받은 진단서. 출처=이정미 의원실

 


이씨는 환경TV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 이대로 가면 아이가 실명하거나 뇌 손상을 입을 지 모른다고 한다"며 "게다가 아들의 얼굴이 변형되면서 수술도 해야 할 수 있다고도 들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4등급인 이씨와 아들은 정부의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태다.

비단 이씨뿐만이 아니다. SK케미칼에서 제조한 CMIT/MIT 기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이들은 판매자인 애경이나 이마트뿐만 아니라 SK케미칼을 원흉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SK케미칼 측은 질병관리본부 결과 발표를 토대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씨는 "SK케미칼 법무팀과의 통화에서 'CMIT, MIT같은 경우는 인과 관계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다'는 답변과 '농도 이하로 사용해서 안전성을 확보했고 피해와는 무관하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K케미칼 측은 '원한다면 소송을 통해서 해결하라'는 식의 답변을 줬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SK케미칼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한 3·4등급 피해자들이 정부의 지원조차 없는 상태에서 현재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안건은 참석 의원 250명 만장 일치로 통과했다. 출처=포카스뉴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 특위 측은 SK케미칼의 책임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CMIT/MIT 관련 부분에서는 SK케미칼의 책임도 추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조 특위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조사 대상 기업에서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및 원료 공급 업체로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우원식 특조 위원장은 "성역 없이 조사하겠다"라며 "청문회에서는 실무진이 아닌 경영 책임자급을 모두 부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최소한 박만훈 SK케미칼 사장급 정도 이상의 책임자들을 청문회로 부르겠다는 의중이다.

한편 환경TV는 미국 환경청(EPA)에서 입수한 보고서를 통해 CMIT/MIT 성분이 농약 등에 사용되는 물질이라는 점을 단독 보도한바 있다. 보고서에는 'Do not breath vapor'라며 증기를 흡입하지 말라고 경고한 문구도 포함돼 있었다. 

농도 이하로 사용하면 안전하다고 SK케미칼 측이 이씨에게 밝힌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서강대학교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이에 대해 "농약을 100배 희석한 것을 사람이 코를 통해 흡입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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