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성 에너지기술평가원 前 원장

안남성 에너지기술평가원 前 원장

 

최근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2017년 말부터 공급예정인 테슬라 모델3 사전 주문을 받은 결과, 일주일 만에 약 32만대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테슬라 사는 판매액수만 140억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6조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아무런 실체가 없는 상품을 가지고 이처럼 사전 계약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마치 테슬라사가 21세기 봉이 김선달과 같은 생각이 든다.

소비자들은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에 왜 열광할까.

전기 자동차를 이용함으로써 대기 환경에 기여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겠지만, 중요한 요소는 테슬라를 소유함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남과 차별화하려는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의 승리로 해석된다.

실제로 테슬라사는 최초의 전기 자동차 모델로 테슬라 로드스타 즉 고가의 스포츠카 모델을 도입했다. 가격도 10만불이 넘는 고급 스포츠카 이미지를 가지고 출발을 했다. 화제의 모델인 테슬라 모델3는 3만불 수준으로 일반 자동차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이미 테슬라 자동차의 명품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전기 자동차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1870년경 시장에 도입이 돼 당시의 수송 기술인 스팀엔진을 대체하다가 1800년대 말 내연기관의 발명과  값싼 석유와 가스가 발견되고, 포드자동차의 T모델이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성장이 되지 못하고 내연기관에 자리를 내주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후 산업사회의 부산물인 기후변화 같은 환경문제가 부각이 되면서 다시 내연기관과 자리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테슬라 창업자 엘론 머스크는 과거의 비즈니스 경험을 이용해 소비자가 테슬라 전기차에 열광하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실제 적용하고 있다.

그는 이미 과거 페이팔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중고 제품을 사고파는 플랫폼을 이용해 크게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후 태양광 회사와 전기 자동차 회사를 매입해 현재의 테슬라로 성장을 시켰다.

배경을 아는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성공을 미래의 큰 흐름 즉 에너지와 수송, 통신 인프라의 융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 있는 엘론 머스크의 탁월한 경영 리더십에서 찾고 있다.

그는 전기자동차 산업을 가입자 수가 변곡점을 넘으면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메트칼프의 법칙을 이용하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다.

플랫폼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최종 목적은 전기 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차 생태계를 운영하는 플랫폼 표준의 독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힘을 아는 그는, 충전망과 표준의 독점을 통해 그 누가 전기차를 판매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돈은 테슬라가 버는 구조의 플랫폼을 꿈꾼다.

테슬라의 또 하나의 큰 기여는 전기 자동차 산업을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게 하는 탁월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충전 비용이 문제가 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무료 충전을 도입하면서도 각 참여자들이 모두 새로운 가치 창조를 통해 이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또다른 충전 플랫폼 운영회사인 차지포인트 사도 충전서비스를 무료로 운영 중이다.

전기 자동차 산업은 전기 자동차 제작자, 운전자, 충전소,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인 플랫폼으로 구성돼 있다.

전기 자동차의 주요 부품인 배터리와 인버터는 쉽게 구입을 할 수 있어 중소기업도 기존의 가솔린자동차에 비해 제작이 간단한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기자동차가 아니라 충전기 보급을 통한 플랫폼의 표준을 누가 갖느냐이다. 우리나라 전기 자동차 산업 육성책을 보면 각각의 분야에 대한 육성책으로 구성돼, 전기자동차 생태계의 나무들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나라 전기차 육성 정책에 전기차 생태계의 숲에 해당하는 가장 중요한 플랫폼 개발에 대한 비전을 보일 때라 생각해본다.

<안남성 前 원장 약력>

-MIT 원자력공학과 박사
-에너지기술평가원 前 원장
-現 한양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geenie49@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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