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추출물로 부작용 없어 화장품 원료로 활용 가능해

'생물자원 전쟁'이라고들 한다. 2014년 9월 발효한 유전자원의 이익 공유와 관련한 '나고야 의정서' 때문이다. 이에따라 바이오산업 등 생물자원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외 원료 수입 가격에 웃돈을 얹어 줘야 할 상황이 다가온다는 불안감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수입해 쓰던 생물자원을 국내 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국내에서만 4만여 종에 해당하는 생물 자원의 효능을 일일히 찾아내고 정리하는 분류작업을 기업이 직접 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역할을 정부가 맡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동·식물을 분류해 그 중 산업에 적용 가능한 물질들을 찾아내는 일들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특허는 기업이 싼 값에 이용 가능하다. 

환경TV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생물 자원, 어떤 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 지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고마리. 출처=국립생물자원관

 



하천을 따라 걷다 보면 무수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라도 하나하나의 식물종 이름을 모두 알 수는 없다. 하물며 비전문가인 일반 시민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서 이름을 모르면 그냥 잡초라고 부른다.

'고마리' 역시 그런 잡초에 속한다. '고만이' '꼬마리'라고도 불리는 이 식물은 잎모양이 마치 서양 중세시대에나 나올 법한 방패 모양이라는 게 특징이다.

7~10월 담홍색 또는 백색 꽃을 피우는데, 가지 끝에 10~20송이가 모여 핀다. 습지나 하천 주변, 시냇가 등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잡초로 취급받지만, 고마리의 성분과 효험을 알고나면 달리 보인다.

우선 한방에서는 고마리의 줄기와 잎을 지혈제로 사용한다. 또 고마리꽃은 눈을 밝게 하고 시력을 증진시키며, 이질과 류머티즘에도 효험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마리에서 추출한 물질이 피부 주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고마리 꽃 모습. 출처=국립생물자원관

 



피부 주름 부르는 '엘라스타아제' 잡는 고마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에 따르면 고마리에서 추출한 물질로 실험한 결과 고마리 추출물은 '엘라스타아제(elastase)'와 '콜라게나아제(collagenase)'의 생성을 억제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엘라스타아제는 피부 탄력을 유지해 주는 단백질인 '엘라스틴'을 분해하는 천적이다. 콜라게나아제 역시 피부 탄력의 필수 요소인 '콜라겐'을 분해해버린다. 

고마리 추출물은 엘라스타아제와 콜라게나아제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피부 주름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특히 고마리 추출물의 양이 많으면 많을 수록 그 효과가 향상된다고 밝혔다. 고마리 추출물 50㎍/㎖에서는 엘라스타아제가 15.17% 줄어든 반면 100㎍/㎖을 썼을 때는 62.46%가, 500㎍/㎖을 쓰니 79.17%가 줄었다. 

이같은 효과는 사과 껍질 등에서 나오는 성분이자 엘라스타아제를 줄이는 능력을 지닌 '우르솔산'과 비교해 봤을 때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국립생물자원관이 동일한 농도로 우르솔산을 시험해 본 결과 각각 80.50%, 85.98%, 86.37% 정도 엘라스타아제가 줄었다. 

엘라스타아제 저해능 실험 결과. 출처=국립생물자원관

 


게다가 식물에서 유래한 천연 추출물이어서 부작용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이 물질은 피부에 자극을 일으키지 않는 피부 주름 개선 화장품 소재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마리 추출물, 어떻게 이용하면 되나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15년 6월 '고마리 추출물을 유효 성분으로 함유하는 피부 주름 개선용 화장료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특허가 등록된 만큼 민간 기업에서 이를 활용하기는 오히려 쉽다는 게 국립생물자원관의 설명이다. 특히 국가 연구과제라서 비용 측면에서도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해당 특허는 공공조직에서 등록한 국유 특허이기 때문에 특허청으로 귀속된다. 

우리나라 모든 특허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인 '특허 정보 검색 시스템(www.kitris.or.kr)'에서 검색한 뒤 특허청의 '특허로(www.patent.go.kr)'를 통해 사용 신청을 하면 된다.

또는 '지식재산거래정보시스템(www.ipmarket.or.kr)'에서도 '국유 지식재산' 카테고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가격은 국유 특허인 만큼 싼 편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조수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물품에 대한 공장도 단가와 판매 수량 대수, 기여율 등을 넣어서 산정을 한다"라며 "그래서 굉장히 싸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라도 신청해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비공개 상태인 특허들도 있는데, 이는 연구자가 후속 또는 보완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카테고리 별로 문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원료도 구하기 쉽다. 고마리는 잡초 취급을 받을 정도로 습지나 시냇가 등 물가에는 흔히 자란다. 그만큼 손쉽게 채취해 쓸 수 있다.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물가 등 축축한데 자라는데, 흔히 보일 정도로 많다"며 "얼마든지 뽑아서 원료로 쓰더라도 무방한 식물"이라고 말했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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