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상 APEC기후센터 소장

정홍상 APEC기후센터 소장

 

물 문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에 개최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는 향후 10년 이내의 잠재적 위험 중에서 물 문제를 세계가 당면한 최우선적인 위험 중의 하나로 꼽았다.

물 문제는 기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지구 상의 물은 대기에 섞여 있는 수분이 비나 눈 같은 강수 형태로 지상으로 떨어지고, 이 강수가 지면이나 하천 또는 바다로 모여 다시 수분으로 증발하는 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수자원의 공급량은 기후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수자원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경제 발전과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물 사용량이 늘고 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물 공급은 기후변화로 인해 변동이 커지고 예측하기도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강수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지역별로 현재는 물 문제를 겪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물 부족 문제를 겪게 되는 지역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구나 인류의 생존에 기본적인 에너지나 식량 생산을 위한 물 수요가 크게 늘어나게 되므로 도시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은 2050년에는 지금보다 약 1/3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은 대부분의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이러한 물 부족 현상은 경제발전에도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후변화는 이러한 물 수급상의 불균형 문제뿐 아니라 집중호우나 홍수 등의 자연재해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2080년까지 홍수피해가 지금보다 3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물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물 스트레스 지수, 즉 물의 수요량 대비 이용 가능량은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 이용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주어진 자연조건은 좋은 편이 아니다. 우선 강수량을 보면 눈비가 연중 고루 분포되지 않고 6~8월 여름철에 집중된다. 자연히 강수 중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로 흘려보내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 30년 평균 연간 강수 구성비를 보면 연간 강수량의 55%가 여름철에 내린 반면, 봄 가을은 각각 20%정도, 겨울철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연도별로 편차도 큰 편이다. 예로 지난해 연간 강수량은 950mm로 30년 평균 1307mm의 3/4에도 못 미쳤다.

지형적으로도 물 이용에 좋지 않은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아서 경사가 급하다. 그래서 눈비가 내리더라도 상당량이 바로 바다로 빠져나가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인구가 밀집돼 도시화가 많이 진척돼 있는데 도시화가 진행되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되는 지면이 늘어나게 되고 지면이 강수를 머금지 못하게 돼, 눈비가 오면 토양이 수분을 상당 기간 흡수했다가 서서히 물을 증발 또는 유출시키는 경우에 비해 물 이용을 더 어렵게 한다.

이러한 물의 부족과 변동성이 커지는 문제를 어떻게 대비해 나갈 것인가? 세계은행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High and Dry: Climate Change, Water, and the Economy)는 세 가지를 우선적인 과제로 들고 있다. 첫째, 수자원이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제적인 인센티브나 필요한 규제를 적절히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 사용 측면에서 효율도 높여 나가야 한다. 둘째, 수자원의 공급을 가능한 한 확대하는 것이다. 댐을 건설하거나 지하수를 개발하는 등을 포함한다. 셋째, 홍수 등 자연재해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도시계획에 반영하거나 위험 관리 등을 통해 홍수에 사전에 대비하는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대비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해 나가려면 정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후정보가 필수적이다. 물 부족이나 변동성, 자연재해를 지역별로 전망한 다음 다른 분야의 요인들과 결합해 물 수급을 전망하고 또 재해와 그 피해를 예측하는 것은 이러한 대비책들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사전에 대비하는데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후 전문기관을 육성해 신뢰도 높은 기후예측·전망정보를 생산하고 시·공간적 규모 축소(down-scaling) 기술 적용을 통해 보다 정밀한 수자원 전망 정보를 생산해나가야 한다.

<정홍상 차장 약력>

-미국 코넬대학교 경제학 박사
-前)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
-前) 기상청 차장
-현재 APEC기후센터 소장

geenie49@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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