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가 제1종 가축 전염병인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를 전파한다는 속설에 환경부가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겨울철 조사 결과 철새에게서는 고병원성 AI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 30곳을 대상으로 AI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그 일대 야생조류에게서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단 한 사례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15일 밝혔다.

환경과학원은 시화호, 만경강, 순천만 등에서 조류의 분변을 1만8000여점 정도 모아 조사했다. 또 청둥오리, 쇠오리 등 야생조류 1000여마리를 포획해 혈액과 기관지, 항문에서 생체 시료를 각각 채취해 분석했다.

이같은 정밀 검사 결과 일부 분변에서는 저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저병원성 AI는 고병원성 AI와 달리 증상이 아예 없으며 조류의 폐사를 유발하지도 않는다.

반면 해당 기간 동안 닭이나 오리를 키우는 가금류 농가에는 고병원성 AI 사태가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전남도의 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 지난 3월 경기도 이천 오리 농가에서 발생한 사례까지 가금류 농가에 시름을 안겼다. 철새와 고병원성 AI의 상관관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환경단체는 그 동안 철새와 고병원성 AI의 연관성이 낮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조사 결과가 환경단체의 주장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지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원화 환경과학원 바이오안전TF팀장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여름철새와 텃새를 포함한 야생조류 전반에 대해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