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타결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해진 핵폐기물, 사용후 핵연료를 이용한 실제 연구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의 실험이 아닌 실제 사용후 핵연료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일 대전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 따르면 내년부터 사용후 핵연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핵물질을 회수하는 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 공정을 가동한다.

사용후 핵연료 모습. 환경TV DB

 


전처리, 전해환원, 전해정련, 전해제련, 염폐기물 재생 등 모두 5단계로 나뉜 파이로 프로세싱은 섭씨 500~650도의 고온에서 전기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우라늄 드을 분리해낸다. 

원자력연구원은 우선 핵연료의 피복을 벗겨 내는 작업인 '전처리'와 전기 분해를 통해 핵연료에서 산소를 없애는 과정인 '전해환원' 기술부터 실제 실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실험 대상인 사용후 핵연료봉은 일단 3톤 정도다.

정부는 파이로 프로세싱 개발의 이유로 처치 곤란인 사용후 핵연료 보관 장소를 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만들지 않을 경우 최대 2040년 이전에 국내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봉 저장 시설은 포화한다.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통하면 에너지도 얻고 사용후 핵연료의 부피도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기술 개발의 논리다.

경주 소재 중저준위 방폐장. 환경TV DB

 


문제는 해당 기술의 평화적 사용이나 효율적 개발이 가능하냐는 여부다.

일본에서 탈핵 활동에 앞장서 온 원전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 교토대 조교는 "핵연료 재처리는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이는 핵무기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며 "파이로 프로세싱 역시 약간의 공법 차이는 있지만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전 정책 전문가인 일본 마쓰야마대학교 경제학부의 장정욱 교수 역시 파이로 프로세싱 공법이 가진 비효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장 교수는 2011년 11월 국회 포럼에서 "정부측이 주장한 95~96%의 재이용률은 거짓이며 재처리 과정에서 나온 플루토늄의 재이용률은 1.1%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마저도 수백조원의 비용을 들여 별도의 전용 공장을 지어야 가능하다"고 발언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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