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키쿠치 타케히코 사장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폭스바겐 리콜 계획 '오리무중'
정부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이 확인된 한국닛산의 키쿠치 타케히코 사장을 검찰 고발 조치한다. 한국닛산에서 판매해 온 SUV 모델 '캐시카이'가 미세먼지 유발 물질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NOx)' 배출과 관련한 환경 법령을 위반한 혐의다.
소관 부처인 환경부는 지난 1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요하네스 타머 사장과 법적 대표이사인 테렌스 브라이스 존슨을 차례로 고발한 데 이어 한국닛산 역시 형사 고발의 대상으로 판단했다. 한국닛산 사례 역시 폭스바겐만큼 '엄중'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와 함께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이 확인된 캐시카이의 판매도 중단한다. 대기오염 주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경유차'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닛산 캐시카이, 업계 소명에도 '조작' 판정
7일 환경부에 따르면 닛산 본사 및 한국 지사인 한국닛산의 고위 관계자 12명은 지난달 26일 행정 절차 상 보장돼 있는 청문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닛산의 키쿠치 타케히코 사장과 닛산 본사 파워트레인 책임자인 히라이 토시히로 상무가 배석했다.
당시 닛산 측은 엔진으로 재흡입되는 공기의 온도가 35도 이상일 때 배출가스 저감 장치가 중단하는 현상에 대해 "과열로 엔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피력했다.
하지만 닛산 측의 소명에 대해 환경부는 두 가지 근거를 들어 정면 반박했다.
우선 캐시카이 모델이 신차를 실내에서 시험할 때의 기준인 20분간은 배출가스 저감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들었다. 시험 기준보다 시간이 경과한 구동 후 30분이 지난 시점부터 배출가스 저감 장치가 꺼진다는 부분이 조작의 증거라는 설명이다.
또 엔진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속 60㎞ 이하의 저속 주행 상태에서 배출가스 저감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반면 엔진이 과열되는 시속 100㎞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작동했다는 시험 결과를 봐도 닛산 측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게 환경부의 판단이다.
환경부는 이같은 근거를 토대로 한국닛산이 캐시카이 차량을 조작했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이에따라 캐시카이 신차는 판매가 정지된다. 기존에 판매된 824대의 차량은 신차 판매 이전에 받은 '환경 인증'이 취소되면서 자동적으로 '불법' 차량이 됐다.
아울러 과징금도 3억 4,000만 원을 부과한다. 여기에 폭스바겐 조작 확인 때와 마찬가지로 리콜 명령을 내린다.
행정 조치와는 별도로 검찰에 형사고발도 진행한다. 환경부는 한국닛산과 한국닛산의 키쿠치 타케히코 사장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폭스바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닛산 고발에 대해서도 본사에 대한 부분은 검찰에서 당연히 같이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부의 발표와 관련, 닛산 측은 이날 "관련 규제를 준수했으며 임의 조작을 하거나 불법 장치를 쓰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폭스바겐, '삼고초려'에도 리콜 계획서 또 퇴짜..
닛산보다 앞서 검찰 고발과 리콜 명령을 받은 폭스바겐의 리콜 계획안은 또 다시 '퇴짜'를 맞았다.
환경부는 지난 2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 환경부에 제출한 리콜 계획이 여전히 불충분해 반려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친 환경부의 '리콜 서류' 보완 요구에서 불충분했다는 결론이다.
이같은 판단을 내린 데는 우선 폭스바겐이 임의 설정을 시인한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부분을 들었다. 미국에서 제출한 서류와 달리 한국에서는 불법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
홍 과장은 "미국에서 인정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인정을 안 한다고 하면 환경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두 번째 반려 이유로는 지난해 조작 사실을 확안한 SUV 모델인 '티구안'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개선 사항이 검증이 안 됐다는 점을 들었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폭스바겐이 도로 주행 시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끄도록 명령하는 기존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리콜의 핵심 사항이다.
이 소프트웨어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데는 독일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내놓은 자료는 독일 연방 자동차 인증기관(KBA)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소프트웨어다.
홍 과장은 "한국 정부가 '이 정도면 리콜이 충분하다'고 인증을 해 주기가 상당히 부담된다"며 "그래서 독일 정부의 리콜 승인이 난 성적서를 받아 보고 그걸 환경부에서 검증하겠다고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을 시인한 12만여 대의 환불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사례를 참조할 것을 권고했다.
홍 과장은 "대기환경보전법에는 환불 규정이 없고 미국의 경우도 아직 환불은 안 한 상태"라며 "다만 미국의 경우 오는 21일까지 환불을 포함한 합의문을 작성하라고 판사가 요구한 상태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sman321@eco-tv.co.kr
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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