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연탄, 즉 석탄으로 나던 겨울이 등유로,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도시가스라 칭한 천연가스로 대체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열 난방 시스템이 도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제는 난방도 전기가 트렌드다.

단순히 난방뿐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전기는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자체적으로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만큼 전력 수요는 과부하에 달했다.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효율의 원자력 산업을 포기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하지만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처럼 "커다란 힘에는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

국내 가동중인 21기의 원자로에서 연간 생산하는 전력량은 대한민국 기저전력의 32%를 차지한다. 발전을 위해 소비되는 핵연료도 어마어마하다. 문제는 이 핵연료를 다 사용한 후 어떻게 처리하는가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익숙한 단어인 핵연료봉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준위방사선폐기물에 속하는 핵연료봉은 일반적으로 개당 5년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밝혔다.

그렇다면 다 쓰고 난 핵연료봉들은 현재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별도 보관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지난 국감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임시저장시설의 용량은 총 51만7천549다발이며 6월까지 34만8천536다발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화도가 약 67% 정도다.

지난 3년 평균을 봤을 때 매해 2만133다발의 고준위방사선폐기물, 즉 사용후핵연료가 나오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만 본다면 약 8년 후인 2019년에는 포화 상태에 다다른다. 때문에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

이에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는 외부 연구 용역을 통해 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지경부 핵심 관계자는 "연구 용역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조밀저장이라는 방식을 채택하면 용량을 늘려 최대 8년까지 포화 예상 연도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연구원의 허가 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조밀저장 방식을 채택할 경우 기간의 연장은 가능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정재학 방사선안전실장은 "중성자 흡수재를 설치하는 조밀저장 방식은 해외에서 이미 상용화 하고 있는 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추정 가능한 자료만을 놓고 봤을 때 임시저장의 한계 연도는 2027년이다. 언뜻 먼 미래의 일처럼 들린다. 하지만 고준위방사선폐기물 처리 시설에 들어갈 시간을 생각하면 빠듯하다.

2012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한 경주 양북면 봉길리 일대 중저준위폐기물 처리시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중저준위폐기물 처리시설은 공장이나 연구실 등에서 나오는 방사선폐기물을 드럼 형태로 저장하는 공간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 정저준위폐기물 처리시설의 경우 연구부터 부지 선정, 인허가 과정 및 준공까지 20년 이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준위폐기물 저장소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재학 실장은 "100m 깊이의 중저준위핵폐기물 처리시설과 달리 고준위핵폐기물 처리시설은 최소 300m에서 500m 깊이"라며 "전 과정을 고려할 때 준공까지 2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 설명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포화 상태 이후 최소 4년 이상이 지나야 고준위핵폐기물 처리가 가능하다. '공백의 4년'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고준위핵폐기물 수용 시설을 만드는 방안이 확정되진 않았다. 파이로 프로세싱이라 부르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현재 연구 중인 방식이며 전세계적으로 상용화 된 사례는 없다.

지경부는 24일 방사선폐기물 관리법 일부개정안에 따라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공론화위원회(목진휴 위원장)의 1차 정책포럼을 가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정책포럼은 앞서 기자가 제기한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앞으로 6개월 간 토론하고 공론화 할 예정이다.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비공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봤을 때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 될 필요도 고려해야 한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면, 좀 더 많은 국민들이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정된 시간 안에 생길 누수를 조금이라도 더 막을 수 있다. 공론화의 장이 '그들만의 리그'가 돼선 안 될 것이다.

신준섭 기자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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