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해양 역사 인물 17인 선정.. 대한민국 해녀가 역사에 이름 올린 이유는

#일제 강점기인 1932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인 제주도에서 3개월간 연 인원 1만 7,000명 정도가 참여한 일제 수탈 대항 운동이 벌어졌다. 일본인들의 압제에 못 이기던 제주도민들이 들고 일어난 운동이다.

이 항일 운동의 시발점이 된 이들은 바로 제주 해녀들. 수천 명의 해녀들은 전복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쇠 갈고리인 '빗창'을 들고 일제에 대항해 앞장서 싸웠다.

제주 잠녀 운동 주도한 김옥련씨. 출처=제주도 해녀박물관 소장

 

'제주 잠녀 운동'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당시 제주도 해녀어업조합의 김옥련씨(당시 23·여)가 주축이 됐다. 그는 1931년 6월부터 일제 수탈의 진상과 일제의 침략성, 불법 탄압 등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알림장을 섬 전체에 뿌렸다. 이 내용을 본 제주도민들은 이들의 뜻에 동참했다.

이후 1932년 1월24일 당시 제주도지사가 제주도 세화리를 지나간다는 얘기를 들은 1,000여 해녀들은 세회 장터에 모여 도지사의 차를 포위했다. 도지사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풀려났다.

이를 통해 일제가 만들어 둔 제도인 공동 판매제와 특정 상인 지정제가 폐지됐다. 또한 육지로 출가하는 것도 허용됐다.

하지만 역풍은 거셌다. 김옥련씨 등 해녀 34명이 이 사건으로 검거됐다. 김옥련씨는 이후 6개월간 옥고를 치른다. 옥고를 치르기는 했지만 김옥련씨는 타 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 항일 운동의 중심 인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여성 항일 운동가 김옥련씨를 포함, 해양수산부는 해양 역사 인물 17인을 선정해 26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해양 역사 인물은 지난해 역사적 사료나 연구 자료 등을 검토해 발굴한 225명 중에서 해양역사·문화 분야 전문가들이 고심 끝에 선정한 인물들이다. ▲역사적 중요성 ▲대국민 인지도 ▲국민에 귀감이 되는 지 여부 등을 심사했다.

그 결과 20명이 1차로 선정됐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사학회, 역사학회 등의 검증을 거쳐 최종적으로 17인을 뽑은 것.

최종 선정된 인물에는 충무공 이순신과 해상왕 장보고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까지 활동 무대를 넓힌 근초고왕, 강력한 수군을 구축한 광개토대왕 등이 포함됐다.

또 나당 전쟁(670~676)을 종결한 최후의 해전인 기벌포 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시득과 수군 통솔 조직인 '선부'를 설치한 문무왕, 지금의 울릉도를 신라 영토로 편입한 신라의 이사부 등도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해상 실크로드를 건너간 혜초, 서해 제해권을 장악해 고려를 건국한 왕건, 고려 말 수군으로 왜구를 격파한 최영 장군, 화약 무기 개발로 왜구를 격퇴한 최무선, 중국 기행문인 '표해록'을 저술한 최부, 어류도감인 '자산어보'를 집필한 정약전 등의 인물들이 꼽혔다.

일반인 중에서는 조선시대 어부이면서 울릉도가 조선의 땅이라는 점을 피력했던 안용복과 조선시대 홍어 장수로 제주도 표류 동남아 인들과의 가교 역할을 한 문순득, 독도 의용 수비대와 대장인 홍순칠씨 등이 선정됐다. 가장 최근 인물로는 2005년 유명을 달리한 해녀 김옥련씨가 꼽힌다.

연영진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해양 개척 등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포괄적으로 발굴했다"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인물들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수부는 이번에 선정된 인물들을 '이달의 해양 역사 인물' 선정, 기념 우표 발행 등의 형태로 알리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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