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실태조사 통해 우수기술 육성, 확대 노력해야…물절약 통한 물부족 해결 정책 목표 포기 안돼

편집자주]우리나라는 유엔이 지정한 물부족 국가. 이런 사실을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여전히 물을 '물쓰듯' 한다. 특히 화장실과 욕실에서 쓰는 물의 양은 OECD의 다른 나라에 비해 두 배에 달한다. 환경부가 양변기로 낭비하는 물을 막기 위해 절수형 양변기 설치 확대에 나섰지만, 시장 여건의 미성숙 등으로 인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가뭄해소 등을 위해 절수형 양변기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절수형 양변기 설치현황, 제품개발 상황, 제도적 보완책 등을 특별기획 시리즈로 보도한다. 

환경마크 대상제품별 인증제품 현황. 출처=환경산업기술원

 



정부의 환경인증 받은 '절수형 변기' 266개 제품

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환경인증을 받은 절수형 변기는 266개 제품에 달한다. 일회 6ℓ이하의 물만으로도 오물을 깨끗하게 세척한다고 정부가 공인한 것들이다.  

기술원에 따르면 절수형 변기로 인증을 받으려면 제3 공인기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절수형 변기의 환경 인증 기준은 대변용의 경우 한 번 물내림할 때 6ℓ 이하로 물을 사용해야 한다. 어떤 기술을 사용하든 물 사용량이 6ℓ를 넘어서는 안된다. 

시험방식은 공을 사용하는 방식과 스펀지 또는 화장지 뭉치를 사용하는 방식의 두 가지이며, 이 가운데 하나만 통과하면 된다. 물의 압력이 약 1기압에 해당하는 98kPa(킬로파스칼) 상태라고 가정하고 시행하는 시험이다.

공을 사용하는 방식의 경우 평균 지름 19㎜인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둥근 공 100개를 넣고 물을 내렸을 때 공이 7개 이하로 남으면 합격이다. 20㎣의 스펀지 20개 또는 길이 29㎝의 화장지를 뭉친 덩어리 8개를 넣고 물을 내렸을 때 모두 내려가면 통과다. 

국가 공인 시험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나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시험을 통해 이 항목들을 충족하게 되면 환경인증을 받는다.

시중의 절수형 변기들은 모두 이런 시험과정을 통과, 환경인증 마크를 달고 유통된다. 정부가 '공인'해 준 물을 아끼는 친환경 변기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


기준 통과했다는데 실상은?
정부, 실태 파악조차 안 돼 있어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준을 통과한 것일 뿐, 소비자들이 그대로 믿고 썼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환경TV가 앞서 보도한대로 대부분 7ℓ이상의 물을 사용하는데다 성능도 시원찮다. 

출처=환경TV 17일자 보도

 


오죽하면 신축 대학병원의 화장실 청소 미화원들이 "화장실 좀 안 막혔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까지 하겠는가. 이 대학병원에는 모두 환경 인증을 받은 절수형변기들이 설치돼 있다.

또다른 절수형변기 생산업체는 아파트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아예 일회에 내리는 물의 양을 8ℓ이상으로 임의 조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절수형 변기들이 실제 사용시에는 기준에 크게 못 미쳐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으나, 정작 환경부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4년 1월 이후부터 모든 신축건물은 준공 검사를 받고자 할 때 관할 지자체에 절수형 변기 시험 성적서를 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문서로서만 절수형 변기가 설치되고 있음을 알고 있을 뿐, 실제 절수형 변기들이 실생활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절수형 변기를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정책적 목표는 제대로 달성되는지 등에 대한 현황 파악이 전혀 안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4년 전 절수형 변기 기준 6ℓ라더니, 이제 7ℓ로?
기술 발달하는데 오히려 '후퇴'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초에 세웠던 정책적 목표를 후퇴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산하 기관인 환경산업기술원에 '절수설비 기준 적정화 방안 마련'이라는 연구 용역을 발주, 다음달 말 용역결과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이에따라 환경산업기술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절수형 변기 20종 안팎에 대해 성능 테스트 등을 '또 다시' 수행 중이다. 이미 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대상이다. 해당 시험 분석 결과가 나오면 업계 의견 등을 조율해 결과에 반영할 기준을 조정하겠다는 게 환경산업기술원의 생각이다. 

녹색제품 정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절수형 변기 모델들.(상기 제품들은 본 기사와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출처=녹색제품정보시스템

 



여기에는 절수형 변기의 일회 물사용량도 포함돼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당 내용 중에는 현재 6ℓ 이하인 기준을 7ℓ로 1ℓ 늘리고 변기 내림 장치에 소변용 내림 장치를 의무적으로 추가하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처럼 절수형 변기의 물 사용량 기준을 완화하려는 것은 메이저 변기 제조업체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메이저 변기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으로는 6ℓ 이하의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자 7ℓ로 늘려주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6ℓ에 훨씬 못미치는 적은 양의 물로도 세척 성능이 뛰어난 변기들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기준안 조정 의도는 정부의 정책적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 전문가 그룹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는 이유다.

상하수도 전문가들은 "2012년 7월에 수도법을 개정할 당시 기술의 진보를 예상해 6ℓ로도 충분하다는 각계의 의견을 법 개정에 반영한 것"이라며 "4년이나 흐른 시점에서 기준을 강화하지는 못할 망정 되레 완화하는 것은 일부 제조업체들의 목소리에 지나치게 귀를 기울인 결과"라고 비판했다.

바꿔 말하면 이는 환경부가 추구했던 정책적 목표에 반하는 것으로, 현재 기술력과 제품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밀한 분석을 통해 '기준 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 설치돼 있는 절수형 변기.

 



물 절약 정책 목표 충족하려면 '현장'에서도 가능한 기술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현장에 적용해도 기준 충족이 가능한 절수형 변기 기술의 보급 확대에 보다 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경부가 당초 목표했던 물 절약을 통한 물 부족 해소를 위한 첨언이다.

이에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고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당초 수도법 개정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하는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에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A 휴게소에서 절수형 변기라고 설치한 것을 측정해 봤는데 10ℓ 이상의 물을 쓴 사례도 있다"며 "기준 등을 조정하기에 앞서 실태 조사를 하고 현장에서도 기준을 지키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man32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