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안 구분 힘든 탓에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에 줄지 않아...국립수산과학원 '확인기술' 개발

#2014년 10월, 인천 중부경찰서는 수입산 민물장어를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한 혐의로 백모씨(51)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백씨 등은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등에서 수입한 민물장어 3,000㎏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바꿔 수도권과 제주도 등에 유통한 혐의다. 시가로 7,800만 원어치다.

#지난해 8월에는 관세청의 집중 단속에 장어 등 시가로 102억여 원에 달하는 수산물이 원산지 표시 위반 등의 사례로 적발됐다. 중국에서 수입한 1,023톤에 달하는 수산물이 원산지 표시조차 없이 국내에 유통됐다는 게 관세청의 수사 결과다. 


민물장어를 판매하는 집이면 으레 쓰여 있는 '100% 국내산'이란 표시. 믿고 먹을 수밖에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위안을 주는 문구다.

하지만 진짜 국내산인지 소비자들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고, 값싼 수입산이 국산으로 둔갑해 비싼 가격에 팔리다 적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3일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6만 8,000곳 정도의 도·소매상을 조사한 결과 769건이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았거나 거짓으로 표시한 사례다.

이 중 뱀장어는 원산지 미표시 3건, 거짓 표시 4건 등 모두 7건의 위반사례가 드러났다.

해당 적발 사례 중에는 도매상도 포함돼 있었다. 도매상인만큼 얼마나 많은 곳에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속인 물품이 팔려 나갔는 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국내 유통 뱀장어 5종, 국내산은 '극동산 뱀장어'뿐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뱀장어의 종은 모두 19종이다. 이중 국내에 유통되는 것은 5종 정도다.

종별로는 극동산 뱀장어와 동남아 뱀장어, 무태 장어, 북미 뱀장어, 유럽 뱀장어 등이다. 5종 중에서 국내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민물 장어는 극동산 뱀장어가 유일하고 나머지는 모두 수입산이다.

종 구분만으로 본다면 명확하게 갈리는 만큼 국산을 쉽게 판별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겉만 본다면 국내산이나 수입산이나 거기서 거기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육안으로는 어떤 종인지나 원산지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수산물 원산지 표기 시행하고 있지만.. 방법은 단속뿐

이처럼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서 유통하는 경우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지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조차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관련 업계가 너무 많기 때문.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는 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약 7만 5,000곳 정도의 업체들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전체 75만 곳 정도로 파악되는 도·소매상의 1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나머지 90% 정도의 업체는 국산 여부를 다 담보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뱀장어와 같은 경우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이하 원산지 표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12종의 수산물 중에서도 불법 사례가 발생할 우려가 큰 종이라는 게 해수부의 평가다. 수입산과 국산의 가격 편차가 큰 게 원인이다.

국내 유통 5종의 뱀장어 DNA 분석 결과. 출처=국립수산과학원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여부를 4시간 정도면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점이다. 뱀장어 살점을 떼어 내 간단한 시약 처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국산인 극동산 뱀장어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수산과학원은 밝혔다.

해당 기술은 각각의 뱀장어 종마다 서로 다른 DNA의 특이한 염기 서열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당장 지금부터라도 단속 등에 도입할 경우 그만큼 단속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안철민 국립수산과학원 생명공학과장은 "수산물 원산지 단속 기관이나 유통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석 기술이 개발되기는 했지만 실생활 속에서 소비자가 직접 국산 여부를 판독할 수는 없다. 결국 소비자가 정부의 단속에 기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은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뱀장어같은 경우에는 단속을 집중 강화하고 있다"며 "현행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형인 벌칙 조항을 더욱 강화하는 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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