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승객 호출 받았다가 기사가 취소하는 경우 '비일비재'…신종 승차 거부 '횡행'

20일 서울 종각역에서 카카오택시의 예약이 갑작스레 취소된 승객들. 사진=환경TV DB

 


#지난 19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도봉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28·여)는 종각역 부근에서 동창회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호출한 지 3분 만에 택시가 잡혔지만, 곧 휴대전화 화면에는 ‘기사님의 요청으로 예약이 취소됐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박 씨는 카카오택시를 다시 호출했지만 예약이 잡히면 곧 택시 기사들은 예약을 취소했다. 결국 박 씨는 길거리에서 1시간 반을 기다린 뒤 빈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난 20일 자정.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강남역에서 회식이 끝난 뒤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택시가 잡혔다는 연락에 내비게이션 지도를 확인했지만, 택시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예약 취소가 번복되기를 수차례. 그는 결국 모범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지난해 3월 출시한 카카오의 카카오택시 앱이 '말썽'이다. 출시 1년여만에 누적 호출 수 1억 건을 돌파한 편의성의 이면에는 법적으로도 불법인 택시 운전기사들의 승차 거부가 비일비재하다. 그것도 택시 호출이 빈번한 자정 전후 시점이 특히 그렇다.

카카오택시의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 통보. 사진=환경TV DB

 


카카오택시 이용하는 택시기사 23만 명
앱에서는 승차 거부해도 불법 아니다?

23일 카카오 측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카카오택시 앱을 활용하고 있는 택시 운전기사는 약 23만 명이다. 지난해 4월, 출시 한 달만에 100만 건의 누적 호출 수를 기록한 인기몰이 덕분에 기사들이 몰려 든 형국이다.

이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카카오택시 앱을 설치하고 인근의 승객이 카카오택시 앱으로 호출하면 이 호출을 받을 지 여부를 결정한다. 승객 위치와 목적지 등의 정보가 판단 기준이다. 즉 카카오택시는 상호간의 니즈에 맞춰 소비자와 공급자가 되는, 일종의 모바일 콜택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기사들이 손님의 호출을 받은 뒤 취소하는 경우다. 박 씨와 김 씨 등 피해자들이 "이것도 승차 거부 아니냐"라고 입모아 지적하는 부분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없이 승객을 태우지 않거나 중간에 내리게 하는 택시기사들은 과태료 20만 원을 물어야만 한다. 또한 2년 안에 3차례의 승차 거부가 발각되면 택시 운수 종사자 자격이 박탈된다.

물론 소속된 사업 구역 밖으로 운행하거나 만취한 승객일 경우, 애완동물을 데리고 있을 경우, 택시 표시등을 껐거나 손님을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는 예외로 인정받지만 스마트폰 앱의 특성 상 카카오택시 기사의 승차 거부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다.


'믿고 부르는 카카오택시'라는 구호를 내건 카카오택시. 출처=카카오택시 홈페이지 캡처

 


국토교통부도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택시와 같은 앱 택시들의 승차 거부 역시 일반 승차 거부와 동일하다고 규정했다. 결국 박씨나 김씨 사례와 같은 경우 엄연한 '승차 거부'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카카오택시 측은 앱을 이용하는 기사들의 승차 거부 건수는 제대로 집계조차 안 하고 있다. 내부 규정 역시 없는 상태다.

카카오택시 관계자는 "기사분들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고의적으로 예약 취소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불만족스러운 서비스는 택시 기사의 서비스를 5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차를 거부한 택시 기사의 경우 카카오택시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평가는 자신이 이용한 택시에 대해서만 가능하기 때문. 카카오택시 측의 변명이 '궁색'하게 들리는 이유다. 

택시 잡을 스트레스가 없다고 광고하는 카카오택시. 출처=카카오택시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택시 기사조차 "오후 11시 넘어서면 기사가 갑"
은평구, 노원구, 도봉구 손님은 무시하는 게 관행?

2008년 택시 운전 자격증을 취득해 8년째 택시 영업을 하는 카카오택시 가입 기사 이모 씨(62)는 지난 22일 택시를 이용한 기자에게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는 택시 기사들이 '갑'이다"라며 "손님이 많이 없는 서울시 은평구, 노원구, 도봉구에 가는 손님들은 일부러 받지 않거나 받아도 예약을 취소해버린다"고 밝혔다. 

그만큼 이 시간 때의 승차 거부는 공공연하다는 얘기다.

이어 이 씨는 "번화가가 아닌 곳으로 들어갈 경우 승객을 내린 뒤 빈 차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택시 기사로서 이들 지역에 사는 승객들은 기피 대상이다"라며 "나 또한 몇 번 그런 적이 있는데 카카오택시 측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 걸 보니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씨의 증언을 풀이하자면 카카오택시 기사들 입장에서는 승차 거부를 하더라도 큰 제제를 받지 않다보니 호출을 받았다가도 맘에 안 들면 취소한다는 것.

카카오택시 승객의 경우 택시를 호출했다가 지나가는 다른 빈 차를 타고 가버릴 경우 일종의 '벌점'이 부과된다. 이것이 누적되면 카카오택시 앱 사용을 제한받게 된다. 손님에게는 벌칙 조항이 있지만, 기사에게는 없다.

한편 횡행하고 있는 승차 거부에 대해 카카오택시 관계자는 "별점이 낮은 기사들에 대해서는 블랙 리스트 조치를 하고 있고 이 기사들에 대해서는 콜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승객들이 평가하는 '별점'이 승차 거부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는 맹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bakjunyoung@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