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부터 시행한 화평법, 등록 대상 물질 510종 유예 기간 3년 줘
1년여 지난 지금 등록율 '0%'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대표적 원인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등의 화학물질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 지 정부가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애초 허가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감시 체계도 허술해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상태다.


SK케미칼의 PHMG 물질 안전 보건 자료와 이를 원료로 사용한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 환경TV DB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상 등록 대상 기존 물질 510종 고시 이후 1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등록한 물질은 단 하나도 없다. 

이는 업계의 편의를 고려, 이 법에서 3년간 등록 유예 기간을 뒀기 때문으로,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로 쓰인 PHMG나 PGH를 포함해 기존 화학물질은 앞으로 2년 뒤인 2018년 6월까지만 등록하면 된다.

따라서 당분간 정부가 화학물질의 유통 경로와 용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화평법에 따르면 등록할 때 해당 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부터 위해성, 노출 경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어떤 제품을 만드는 곳에 유통하는 지 등의 용도도 제출 대상인데, 이 정보가 없으니 용도를 마음대로 변경해도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등록해야 할 사항이 많은 점도 등록이 늦어지는 이유라고 환경부는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학물질 등록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며 "유럽도 화학물질 관련 제도인 '리치(REACH)' 도입 후 최대 45년까지 리뷰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내역을 보면 지난해 1월 이후 지난달까지 16개월 간 신규 화학물질 등록을 시행한 결과 1톤 미만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경우 3,335종, 1톤 이상의 경우 49종이 등록됐다. 

2015년 1월1일 이후 지난달까지 등록된 신규 화학물질. 출처=장하나 의원실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주장과는 달리,  1년여만에 신규물질이 3,400여종 가까이 등록된 점에 비춰볼때 등록사항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3년의 유예기간 때문에 기존 물질의 등록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PHMG처럼 유해성이 확인된 것들만이라도 먼저 등록하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사람한테 노출되지 않는 물질까지 위해성 평가를 할 필요는 없다"며 "알 필요가 있는 정보부터 등록토록 종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함께 화학물질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부실하게 돌아가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 17일 환경부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신발 탈취제. 환경TV DB

 

기술표준원은 제품안전정책국을 두고 가습기살균제 사례처럼 허가받지 않은 용도로 유해한 화학물질을 쓴 제품의 유통을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PHMG 용도 변경 사례가 가습기살균제뿐만 아니라 신발 탈취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이 적발한 가습기살균제 물질 용도 변경 사례는 없었다. 

오히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성분 감시까지는 도저히 못하겠다"면서 위해 우려 제품 15종의 관리를 환경부 측으로 이관했다. 

이는 그동안  안전망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생활 화학 제품은 이미 환경부로 이관됐다"고 책임을 넘기면서 "지금 가습기살균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응하고 있다"는 말로 갈음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화평법보다도 감시 기능, 즉 위험한 기술을 안전하게 쓰기 위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교수는 "비행기의 경우 위험한 기술이지만 어떤 주기로 점검하고 승무원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등에 대해 철저한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탈수 있는 것"이라며 "(가습기살균제 물질처럼) 위험한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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