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통부 조사 자료 확인.. 구형 '유로5' 모델서 신형 '유로6'보다 더 적게 배출가스 나와

폭스바겐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판정을 받은 닛산 '캐시카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 차의 최신 모델(유로6)이 이전 것(유로5)보다 오히려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환경TV가 입수한 영국 교통부(Department for Transport)의 '차량 배출가스 테스트 프로그램' 보고서를 보면 유로5 모델인 캐시카이1.5와 캐시카이1.6의 도로 주행 중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당 1.40g을 약간 넘는다. 
유로5 모델 주행 중 배출가스 조사 결과. 출처=영국 교통부

 



2009년부터 시행한 유로5 기준을 보면 실내에서 시험했을 때 ㎞당 0.18g 이하로 질소산화물을 배출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기준으로 하면 캐시카이의 배출량은 최소 7배 이상을 초과한 것.

이는 영국 교통부가 총 주행거리 3만 마일(약 4만 8,280㎞) 이하 차량 중에서 조사 대상을 선정, 배출가스 측정 장비를 설치하고 1시간 30분 가량 공공 도로를 달린 뒤 얻은 결과다. 

영국 정부는 조작이 없었다고는 발표했지만, 질소산화물이 실내 시험 기준보다 많이 나왔다는 점만은 분명히 강조했다.

조사 결과 자료 중 일부 발췌. 출처=영국 교통부

 



문제는 한국 정부가 동일한 측정 장비와 비슷한 주행 방식으로 측정한 캐시카이1.6 유로6 모델에서 유로5 모델보다 더 많은 배출가스가 나왔다는 점이다. 

환경부의 지난 16일 발표를 보면, 캐시카이 유로6 모델은 도로 주행 중 ㎞당 1.67g의 질소산화물이 나왔다. 이는 영국에서 조사한 유로5 모델보다 더 많은 양이며, 유로6 기준치(0.08g/㎞)보다 20배 이상 되는 수치다. 

이에 대해 닛산측은 "영국과 한국 환경부의 시험 조건이 서로 달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로6 환경인증을 무사히 통과한 차량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닛산은 지난 16일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 당사가 제조하는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 조작 및 임의 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국내 기준과 유사하게 엄격한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EU 규제기관들 역시 임의설정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며 환경부 발표 결과를 반박했다. 


주행 중 배출가스 측정 장비 설치 모습. 출처=영국 교통부

 


환경부 관계자는 "도로 주행 조건이나 기온 등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10% 정도의 오차가 날 수는 있겠지만, 같은 차종이라면 유로6 모델에서 유로5 모델보다 더 많은 배출가스가 나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유로6 모델에는 기존 배출가스 저감 장치 외에 추가로 LNT 등의 저감장치가 더해진다. 그럼에도 (배출가스가) 많이 나왔다면 조작"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환경부는 캐시카이 유로5 모델을 확보하는 대로 저감장치를 조작했는지를 조사하겠다는 추가 계획을 밝혔다. 

sman32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