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여행업계 반발 등 변수...환경단체들 '환영' 서울시는 '아직 모르는 얘기'

경복궁 광화문 앞에 주차된 관광버스와 교통 경찰. 사진=박준영 기자

 


경복궁 창덕궁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고궁과 각종 문화시설이 밀집한 종로구가 관광버스의 도심진입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관광버스가 내뿜는 매연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것이지만, 상인과 여행사 등의 반발에다 서울시가 미온적이어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최근 환경TV와 만난 자리에서 "교통정체를 야기하고, 공회전으로 다량의 미세먼지를 내뿜는 관광버스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노후 경유차가 배출하는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의 주범이기 때문에 이를 차단함으로써 도심의 대기질 오염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종로구청 관계자는 19일 "어떤 방식으로 도심진입을 제한할지 논의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의를 통해 관광버스 도심 출입 제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종로구청은 관광버스의 도심 유입량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등의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로마에서는 관광버스 주차예약제를 실시, 관광버스이 도심 유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파리는 승객들을 승·하차장에 내리게 한 뒤 인근 공영주차장에 주차해놓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종로구는 하루 평균 1,500여 대의 관광버스가 드나든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인사동 삼청동 북촌 등 외국인들의 관광코스 인근은 관광버스들로 늘 넘쳐나며 교통체증과 매연의 원인이 된다는게 종로구청의 설명이다. 

지난달 종로구에 접수된 교통관련 민원은 1,756건 가운데 관광버스에서 내뿜는 매연 관련이 전체의 절반 을 차지했다.  

지난 3월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종로구 대기오염 정도를 조사한 결과 경복궁(41.1ppb)과 동화면세점(58.1ppb) 일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이산화질소(NO2) 하루 기준치(40ppb)보다 높았다. 

서울시 신청사 전경. 출처=서울시

 


서울시 “관광버스 도심 출입 제한은 비현실적”...다른 구청은 "계획없음"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특별단속반을 편성, 고궁이나 박물관 등 서울시내 주요 관광지 주변 지역 2,663곳에서 관광버스 공회전을 단속했다. 공회전 시간 2분을 초과하는 모든 차량에는 5만 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하지만 공회전 단속 인력이 7명에 불과한 데다, 단속 기준이 애매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원이 부족해 종로구 일대를 낱낱이 단속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관광버스 공회전에서 비롯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주정차 구역 등에서 노후 경유 차량의 배출가스를 단속을 벌이고 있는 등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관광지가 밀집해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가운데 하나인 종로구에 관광버스 출입을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아니냐”며 관광버스의 도심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종로구의 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 

종로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상인이나 여행업 종사자들은 종로구청의 이런 계획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이 자주 찾는 T업체 관계자는 “관광버스의 도심 출입을 제한하는 취지는 알겠지만 대안도 없이 덜컥 관광버스를 들이지 말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조치"라며 "실제 시행된다면 상당한 매출손해가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로구에서 중국인들을 상대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H업체도 T업체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H업체 관계자는 “종로구에 관광버스를 못 들어오게 하면, 우리가 취급하고 있는 관광 상품에서 종로구를 배제할 수 밖에 없다”며 “무턱대고 선진국의 사례를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에 주차된 관광버스. 사진=박준영 기자

 


환경단체 등은 종로구청의 계획에 긍정적이다.

이재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도심 속에서 공회전으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관광버스를 퇴출시키겠다는 정책은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돼야 한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관광버스를 전기차나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시내 다른 자치구에서는 종로구청의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며 검토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쇼핑센터 등이 모여 있는 동대문구, 이태원 등의 용산구, 남산 등의 중구 등은 개별 자치구의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의 4대문을 모두 막아서라도 미세먼지에 관한 혁신적 대책을 강구하라”고 기후환경본부에 지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기후환경본부는 다음 달까지 미세먼지 유발 근원지를 찾아 차단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내놓을 특단의 대책에 관광버스의 도심진입 차단 등도 포함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검토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묘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종로구의 방침도 고려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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