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5개월 간 20개 차종 검사 결과 도로 주행 시 기준치 1.6~20.8배 뿜어
한국 정부, 한국닛산 '캐시카이' 폭스바겐처럼 조작했다 판단…파문 일파만파

국내에 시판되는 경유차 대부분이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기준보다 더 많은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등을 유발하는 물질 중 하나다.

특히 한국닛산에서 시판하는 SUV 모델인 '캐시카이'의 경우 지난해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이 확인된 아우디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속임수'를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폭스바겐 이외 차종에 대해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만큼, 이번 결과는 국내외로 파장이 번질 전망이다.

실내 배출가스 인증 기준 대비 도로 주행 시험 시 질소산화물 배출량. 출처=환경부

 


환경부, 5개월간 20차종 검사
대상 차종 중 19종 1.6~20.8배 기준치 넘어

환경부는 국내에 시판된 경유차 20차종을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50일간 조사한 결과 19종이 기준치보다 더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적게는 1.6배부터 많게는 20.8배까지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차종은 국내 완성차 업계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의 쏘나타와 스포티지, 쌍용자동차의 티볼리, 르노삼성 QM3, 한국지엠 트랙스 등 5종이다.

수입차 업계의 경우 배출가스 조작 파문의 장본인인 폭스바겐 투아렉과 제타, 골프, 아우디 A3 등이 대상이었다. 또 한국닛산 캐시카이, 포드 포커스, 벤츠 E220, BMW 520d, 볼보 XC60D4, 재규어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포르쉐 카이엔, FCA 지프 그랜드체로키, FMK 마세라티 기블리, 푸조 3008 등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국내 경유차 판매사 17개 사를 대상으로 해서 대표적인 판매차 각 한 종을 선정했다. 다만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해 실시한 시험의 연장 선상에서 4개 차종을 선택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는 이들 차량을 선종한 후 폭스바겐 배출가스 임의 조작 여부 시험과 마찬가지로 도로 주행 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20개 차종의 평균값은 기준치를 6.8배 정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차종 실외 도로 주행 시험 결과. 출처=환경부

 

차종별로는 한국닛산 캐시카이가 기준치보다 20.8배 더 배출됐다. 1㎞ 당 1.67g의 질소산화물이 배출됐다. 기준치는 1㎞ 당 0.08g이다.

두 번째로 많은 양을 배출한 차종은 르노삼성의 QM3였다. 1㎞ 당 1.36g을 배출했다. 기준치 대비 17배를 넘는 수치다.

이외 차종 중 이번 도로 주행 검사 결과 평균값 이상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차종은 티볼리(0.86g/㎞), 포드 포커스(0.78g/㎞), 벤츠 E320(0.71g/㎞), 푸조 3008(0.70g/㎞), 한국지엠 트랙스(0.70g/㎞) 등 5종이었다.

기준치보다 적은 양을 배출한 차종은 BMW 520d가 유일했다. 실제 도로 주행 중에서도 0.07g/㎞을 배출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해외에서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경유차 52종을 검사한 결과 실내 인증 기준의 평균 5배 이상을 배출했다. 영국의 경우 37종을 조산 결과 실내 인증 기준의 평균 6배 이상인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환경부는 실내 검사 때보다 실제 도로 주행에서 배출가스가 많은 이유는 에어컨 구동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엔진이 뜨거워지는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에어컨 구동 여부다"라며 "에어컨을 안 켜면 구동에만 모든 연료를 쓰는데, 에어컨을 쓰면 연소율이 떨어지고 더 출력을 높이려다 보니 다양한 부분에 연료를 사용해 질소산화물이 더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 차량이 '미세먼지 유발자'인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했지만 현행 법 상 이 차량들을 제재할 방안은 없다. 실제 도로 주행 시 배출가스 기준은 내년 9월부터 적용된다.

도로 주행 시험 등을 통해 조작 여부를 확인한 닛산 캐시카이의 조작 내역을 설명하고 있는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왼쪽).

 

홍 과장은 "중소형차의 경우 2017년 9월부터 실 도로 조건 배출 허용 기준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는 이번에 조사한 20차종 이외 다른 경유차에 대해서도 수시로 검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연간 100차종 이상이 대상이다.


닛산 '캐시카이' 조작 확인
폭스바겐 이외 완성차 중 조작 공식 확인은 세계 최초

이번 조사 결과 20개 차종 중 닛산의 캐시카이가 임의로 배출가스 관련 장치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폭스바겐 이외의 경유차 판매 회사 중 조작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닛산이 세계 최초다.

홍 과장은 "지난달 이탈리아 완성차 중 피아트에서 주행 이후 22분부터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EGR)가 꺼지는 현상이 있어 독일 정부가 확인에 들어간 사례가 있지만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 조작을 확인한 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캐시카이는 실내 및 실외 시험에서 모두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EGR)의 작동이 중단되는 현상을 보였다.

닛산 캐시카이 실내 시험 장면. 출처=환경부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란 외부로 나가는 배출가스를 다시 엔진으로 끌어들여서 그만큼 질소산화물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배출가스 저감 핵심 장치다. 폭스바겐 역시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가 도로 주행 시 작동 중단되도록 조작해 적발됐다.

환경부는 캐시카이 차량의 엔진 온도가 35도 이상이 되면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가 작동을 중단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차량이 도로 주행을 하게 되면 이 정도 온도가 올라가는데, 유독 캐시카이만 이 때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가 멈춘다는 것.

그만큼 배출되는 질소산화물도 다른 차종 대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 주행 과정에서 기준치의 20배 이상 많은 배출가스를 내보냈다.

특히 실내에서의 시험할 때 에어컨을 가동했더니 기준치 대비 47배 많은 1㎞ 당 3.76g의 질소산화물이 배출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조작이 확인된 폭스바겐 티구안 모델을 같은 조건에서 시험했을 때보다 2.7배 정도 더 많은 양이다.

이와 관련, 한국닛산 측은 2주 전 쯤 환경부를 찾아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 파이프가 고무 재질로 돼 있어 엔진 온도가 올라가면 이게 녹을 수 있어 장치가 멈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측은 "다른 차의 경우 엔진 온도가 높기 때문에 이 파이프를 쇠로 만든다"며 "고무 재질이기 때문에 엔진 온도가 35도 이상이면 멈춘다는 것은 정상적인 제어 방식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조작'이 확실하다는 판단이다.

환경부는 이날부터 향후 10일간 닛산의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캐시카이 차량의 인증을 취소한다는 방침이다. 인증이 취소되면 닛산은 향후 캐시카이 차량을 판매할 수 없다.

또한 이미 판매된 814대의 경우 전부 리콜 조치된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3억 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홍 과장은 "소명 이후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발할 예정"이라며 "한국닛산 측은 리콜 명령 이후 45일 이내에 리콜 계획서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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