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아니랍니다"…유류 오염 물질 분해하는 놀라운 '노란다발 버섯균'

'생물자원 전쟁'이라고들 한다. 2014년 9월 발효한 유전자원의 이익 공유와 관련한 '나고야 의정서' 때문이다. 이에따라 바이오산업 등 생물자원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외 원료 수입 가격에 웃돈을 얹어 줘야 할 상황이 다가온다는 불안감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수입해 쓰던 생물자원을 국내 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국내에서만 4만여 종에 해당하는 생물 자원의 효능을 일일히 찾아내고 정리하는 분류작업을 기업이 직접 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역할을 정부가 맡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동·식물을 분류해 그 중 산업에 적용 가능한 물질들을 찾아내는 일들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특허는 기업이 싼 값에 이용 가능하다. 

환경TV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생물 자원, 어떤 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 지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미군 용산기지 주변 토양 및 지하수 오염도 조사 모습. 환경TV DB

 


3,700평(약 1만 2,235㎡).

지난해까지 서울시 등에서 확인한 용산 미군기지 주변 토양오염 면적이다. 그나마도 최소 면적이 이 정도며, 얼마나 오염이 퍼져 있는지, 정확한 수치는 모르는 상태다.

오염의 원인은 공식적으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유출된 기름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토양오염이 유발하는 피해는 심각하다. 벤젠만 하더라도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벤젠 성분이 오염된 토양에서 기화하면 주변을 지나 다니는 서울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 지하수를 오염시켜 하천으로 흘러 들어갈 위험성도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약 71억 원을 들여 토양정화 사업을 전개했다. 

토양 정화는 일반적으로 환경에 무해한 미생물제를 사용한다.

다만 미생물제를 사용할 경우 정화 대상 토양에 미생물제를 뿌린 뒤 미생물이 계속해서 살 수 있도록 영양분을 공급해야만 한다. 영양분공급은 오염 정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토양 정화 업계 관계자는 "미생물제를 뿌린 후 토양오염 정도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는 미생물이 살 수 있도록 영양제를 공급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하지 않아도 되는 미생물은 없을까. 독버섯 종류 중 하나인 노란다발버섯에서 채취한 균주가 이같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벤젠 분해에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균주 덕분이다.

노란다발 버섯. 출처=국립생물자원관

 



노란다발버섯 균주, 벤젠 분해에 탁월

노란다발버섯은 국립공원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산지 어디서나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독버섯 중 하나다. 

주로 나무의 밑둥에서 자라나는 이 버섯은 처음에 노란색을 띄다가 황갈색으로 변한다. 버섯 자루의 길이는 2~12㎝ 정도. 균모로 불리는 동그란 윗 부분은 지름 1~5㎝ 가량이다.  

봄에서 가을 사이에 발견되며, 특히 가을이면 드물지 않게 살펴 볼 수 있는 야생 버섯이다. 독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먹을 수는 없다. 김창무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주로 참나무 밑둥에서 많이 난다"며 "먹을 경우 설사나 구토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섯에 포함돼 있는 성분 중 통칭 백색부후균이라고 불리는 균주는 화학적 구조가 탄탄한 물질마저도 손쉽게 분해하는 능력을 지닌다. 다만 버섯의 종류에 따라 분해 효능이 서로 차이를 보이는데, 노란다발버섯균의 경우 '다환방향족 탄화수소(PAHs)' 분해 능력이 탁월하다. 

 


유류 오염 해결 가능할까…"벤젠만 본다면 가능"
해외서도 활용하고 있어..

생물자원관 연구진은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인천대학교 야생버섯 균주 은행에서 노란다발버섯 균주를 분양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비교 대상이 된 버섯은 간버섯, 느타리버섯, 말굽버섯, 구름버섯, 송편버섯 등 다양했다. 연구진은 이들 버섯의 균주와 노란다발버섯 균주로 PAHs를 얼마나 분해하는지 살펴 봤다. 

그 결과 노란다발버섯 균주는 안트라센에 분해능력이 다른 버섯보다 월등히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안트라센은 살충제 등에 사용되는 PAHs로, 화학적으로는 세 개의 벤젠 고리로 구성돼 있다.

간버섯 균주의 경우 안트라센을 28.4% 정도만 분해해 낸 반면 노란다발 버섯 균주는 92.4%를 분해했다. 두 버섯 균주만 놓고 본다면 3배 이상 분해 능력이 탁월한 셈이다.

이를 활용할 경우 용산 미군기지 사례처럼 유류가 유출돼 오염된 토양을 정화는 데 활용 가능하다는 게 생물자원관의 설명이다. 다만 화학적 구조가 다른 일부 성분은 다른 방식을 통해 추가로 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나프탈렌 등 노란다발 버섯 균주의 항목 별 정화 능력 시험 결과. 출처=국립생물자원관

 


김순옥 생물자원관 연구사는 "화학적으로 봤을 때 탄화수소가 일직선으로 연결된 것이 있고 벤젠 고리로 연결된 것이 있는데, 직선형은 잘 분해하지 못하고 벤젠 고리로 된 것은 구조를 잘 깬다"며 "이후 또 다른 방식으로 일직선 상의 구조를 깨는 작업을 할 수도 있을 것"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이를 활용해 벤젠 성분을 분해하고 난 뒤에 다른 조치를 추가적으로 취하게 되면 정화하기 쉽지 않은 유류 오염도 정화가 가능하다는 것.

연구진은 해외에서 버섯 균주를 활용해 토양 유류 오염을 정화한 실증 사례가 있는 만큼 사업적 측면의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순옥 연구사는 "미국의 경우 워싱턴 주 운송부 차량 기지에서 유류가 유출돼 오염된 토양을 균주를 정화한 사례가 있다"며 "버섯 균주를 미리 키워놨다가 오염된 토양하고 섞어서 놔두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노란다발 버섯으로 토양 유류 오염 정화하는 사업하려면..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14년 노란다발버섯 균주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특허가 등록된만큼 민간 기업에서 이를 활용하기는 오히려 쉽다는 게 국립생물자원관의 설명이다. 특히 국가 연구과제인만큼 비용 측면에서도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해당 특허는 공공조직에서 등록한 국유 특허이기 때문에 특허청으로 귀속된다. 

즉 우리나라 모든 특허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인 '특허 정보 검색 시스템(www.kitris.or.kr)'에서 검색한 뒤 특허청의 '특허로(www.patent.go.kr)'를 통해 사용 신청을 하면 된다.

또는 '지식재산 거래정보 시스템(www.ipmarket.or.kr)'에서도 '국유 지식재산' 카테고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가격은 국유 특허인만큼 싼 편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조수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물품에 대한 공장도 단가와 판매 수량 대수, 기여율 등을 넣어서 산정을 한다"라며 "그래서 굉장히 싸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라도 신청해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비공개 상태인 특허들도 있는데, 이는 연구자가 후속 또는 보완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카테고리 별로 문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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