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정부가 정말 현실을 모르는 거 같다. 병상에 누워 있는데 간병인 쓴 영수증 챙기라니.."

"사과하세요. 왜 사과를 못합니까"

11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장. 윤성규 환경부장관을 앞에 두고 여기저기서 야당 의원들의 '호통'이 터져나왔다. 

세정제로 인가 받은 유독물질이 살균제로 둔갑해 10여 년 간 시판되는 동안 정부가 어떠한 규제도 하지 않은데 대해 사과를 요구한 것.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판매된 가습기살균제는 60여만에 달한다.

답변하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왼쪽)과 질문하고 있는 우원식 의원(오른쪽). 출처=포커스뉴스

 

현재까지 집계결과, 정부의 1·2차 조사에서만 530명이 피해 판정 신청을 해 221명이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말까지 진행한 3차 접수에서는 752명이 피해 조사를 신청했고, 현재는 4차 접수가 진행 중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는 잠재적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국민 5명 중 1명꼴인 894만~1,087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략 이 정도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치다. 따라서 4차 접수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신청할 지 가늠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공식적인 사과에서는 한 발 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번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다"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제1 사명이다.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다.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고 해서 세월호와 자꾸 비교된다"고 거들었다.

이에대해 윤 장관은 "(당시) 관련 법제가 분명히 구멍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로 '사과'에 갈음했다.

노란 옷을 입고 회의를 관전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안성훈씨(가운데).

 

여야 의원들의 추가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양창영 새누리당 의원이 정부 판정 결과 3~4등급을 받은 이들에 대한 지원 대책은 없냐고 질문하자 윤 장관은 "3~4등급은 전문가들이 판정에 의해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한 것"이라며 "그런데 지원한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의료비 지원 외에 간병비 등을 추가로 진행해달라는 요구와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야당의원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같은 여야 의원들의 요청과 정부의 답변 등을 현장에서 살펴 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임신한 아내와 태아가 사망하고 현재 9살인 아들이 폐 섬유화 질환을 앓고 있는 안성우씨(40)는 현장에서 내용을 들으며 "장관이 정말 현실을 모르는 거 같다. 병실에 다 누워 있는데 간병인 쓴 영수증 챙기라고 하다니, 우리가 돈 많은 갑부인 줄 아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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