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예측에 IBM의 AI 활용 긍정 검토...중국은 지난해부터 시범활용중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014년 2월부터 수집하기 시작한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 전체 평균은 86.7%. 얼핏 우수해 보이지만, 미국(93%)보다 5%포인트 낮다. 그나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예보 정확도는 평균 61.6%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예보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예측치를 발표하는 최종단계에서 예보관의 '감'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수퍼 컴퓨터 '왓슨'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진=환경TV DB

 


국립환경과학원 ‘직관’에 의존한 예보, 정확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예보시스템을 보면 먼저 전국 주요 도시에 설치된 미세먼지 자동측정기를 통해 자료를 수집한다. 이후 수퍼컴퓨터가 공기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기상 모델과 화학 반응을 예상하는 화학 모델을 조합해 모두 14개의 예측치를 내놓는다. 
이들 예측치를 놓고 예보관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조합을 직관으로 판단한다. 첨단장비를 통해 과학적 데이터들을 얻은 뒤 최종 '결정'은 사람이 하는 것. 

여기서 미국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미국은 최종 판단을 인공지능(AI)이 한다.
우리나라는 예보관의 직관에 의존하기에 높은 정확도를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반면 AI는 매일 30억건 이상의 기상정보를 토대로 최종예측치를 내놓기에 93%대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로 자욱한 서울 하늘. 사진=김기정 기자

 


'왓슨' 도입 급물살, 오는 13일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 예정

경험에 의한 예보관의 직관 vs. 30억건 이상의 기상정보로 매일 스스로 예측 학습을 반복하는 인공지능.

미국의 IBM은 우리나라 미세먼지 예보 시스템의 이런 약점을 파악하고 지난달 국립환경과학원에 자사의 AI인 ‘왓슨’의 활용을 제안했다. 

국립환경과학원측은 왓슨의 활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 통합예보센터장은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인지 컴퓨팅 기법’ 등 다양한 방법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오는 13일 전후로 윤성규 환경부장관에게 왓슨을 활용한 미세먼지 예보 시스템 도입 방안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왓슨이 국내 예보관들의 대안으로 급부상한데는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된데다, 이미 도입해 활용중인 중국의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내년까지 미세먼지의 25%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운 중국은 지난 해부터 왓슨을 도입해 미세먼지 솔루션을 가동중이다. 

방독면을 쓴 인간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를 높인 컴퓨터. 사진=환경TV DB

 


미세먼지 예보, ‘왓슨’만이 답일까?

왓슨은 하루 평균 30억 건 이상의 기상정보가 입력된다. 이를 통해 오염 지역에 대한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고, 인공위성과 사물인터넷(IoT) 광학센서 등으로 대기 중 오염물질 데이터 분석·미세먼지 예보 정보 등을 산출해 낸다.  

하지만 왓슨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해부터 왓슨을 시험적용한 중국의 미세먼지 예보 성적표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상전문가들의 평가도 박한 편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일기예보를 만들고 있는 국내 기상업체 케이웨더 관계자는 “일기예보에 쓰이는 인공지능 역시 수퍼컴퓨터 모델이 생산한 결과 자료에다 과거 관측 자료를 학습시켜 최적의 예보를 만드는 방식을 쓰고 있다”며 “인공지능 일기예보의 정확도는 예보관이 생산한 것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송창근 센터장도 미세먼지 예보를 왓슨에만 기대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왓슨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안을 찾아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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