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건강연구소 '중금속 검출', 산업기술시험원 '무결점' 결과...환경단체들, 재조사 촉구

김포시가 지난해 중금속 오염으로 사회문제화 된 거물대리 및 초원지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토양오염 연구 용역 조사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옥시 판박이'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해당 지역은 소규모 공장 등이 난립하면서 토양 및 하천오염, 분진 발생 등 심각한 환경오염문제가 제기된 곳이다.

10일 김포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이들 두 지역의 토양오염 조사를 의뢰한 결과, 판이하게 다른 조사결과가 나왔다.

두 기관은 이들 지역의 15개 지점에 채취한 '동일한' 흙을 대상으로 6개 중금속 성분이 들어 있는지를 조사했으며,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검사에서는 15개 샘플 모두에서 중금속이 복합적으로 검출됐다.

반면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분석에서는 3개의 샘플에서만 중금속 성분이 나왔고, 나머지에서는 단 하나의 중금속도 검출되지 않았다. 

분석대상 중금속은 카드뮴, 구리, 비소, 납 아연, 니켈 등이다.

그 결과 15곳 모두 다양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된 연구소의 검사 결과와 달리 시험원의 분석에서는 단 3곳에서만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 나머지 12곳에서는 6가지 중금속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일한' 흙으로 조사 했는데 한 곳에서는 중금속 범벅이라는 판정이, 다른 한 곳에서는 중금속이 전혀 없는 깨끗한 흙이라는 판정이 나온 것이다. 

지난해 환경TV에서 확인한 기형 개구리. 공장 인근 농지에 흘러 들어 온 폐수 속에서 발견됐다. 환경TV DB

 

연구소의 임상혁 소장은 "논이나 밭 등에서 흙 샘플을 채취할 경우 아무리 깨끗한 흙이더라도 구리와 아연 등 최소 두가지 성분은 검출돼야만 한다. 두 성분이 전혀 없는 흙에서는 식물이 서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조사결과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세계토양학회(IUSS) 회장직을 역임한 토양 전문가, 양재의 강원대 교수는 "구리와 아연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시료를 어떻게 떴는지 확인해야겠지만 두 성분은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필수 성분인만큼 그런 데이타는 근본적으로 나올 수 없다"고 못박았다.

양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시험원의 조사 결과는 식물이 살 수 없는 '불모지'에서 퍼 온 흙이거나, 검사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속 가능한 창조 도시 김포'를 표방하고 있는 김포시청. 환경TV DB

 


이와 관련 임 소장은 샘플로 채취한 흙의 '운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흙은 지난해 연구소 관계자들과 김포시 공무원들이 지난해 8월 함께 현장에 나가 15곳에서 공동으로 채취했다. 채취한 흙은 그 자리에서 두 덩이로 나눠 하나는 연구소가, 또 하나는 김포시 공무원이 가져갔다. 

토양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연구기관에 의뢰해 토양오염 조사를 수행할 경우 공정성을 위해 두 개 기관에 동일한 조건으로 검사를 맡긴다. 채취한 흙 속의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우선 흙을 말린 뒤 빻은 다음 각 연구기관이 빻은 흙을 둘로 나눠 가져가서 검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문제가 된 흙 샘플은 채취 직후 김포시 공무원이 직접 흙을 가져간 뒤 시험원에 샘플을 전달했다.  

당시 이 연구를 수행한 시험원 관계자는 "직접 흙을 채취한 것이 아니라 전달받은 흙 샘플들을 검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황으로 볼 때 김포시가 시험원에 흙 샘플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른 샘플로 교체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임 소장은 "김포시에서 샘플을 가지고 장난을 친 거 같다"며 "어떻게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김포시 관계자는 "그런 주장도 있지만 농지에서는 그런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다른 지자체에서 조사한 결과 중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다"며 반박했다. 식물이 자라나는 '농지'의 경우 구리와 아연이 없을 수 없다는 세계 토양 학회장 출신의 전문가 설명에 대한 반박이다. 

앞서 김포시는 지난 해 5월까지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두 곳에 이들 지역의 토양오염 여부에 대한 조사를 맡겼으며, 두 곳 모두 중금속 범벅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10월까지 추가 조사를 시행했다.

당초 김포시는 시험원과 연구소 두 곳의 검사결과 평균치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시험원의 '무결점' 결과에 연구소측이 반발, 재조사 결과도 발표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단체인 환경정의는 9일 해당 지역의 토양오염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정의는 "김포시는 의혹해소를 위해 토양 샘플의 채취와 전달, 분석 과정에 이르기까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지난 3일 착수 보고회를 가졌고 기존에 조사한 기관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정부 공인 인증 기관 3곳을 선정해서 조사할 계획"이라며 "다음달까지는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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