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발간한 WHO 보고서 봤더니..미세먼지·가습기살균제 등 비전염성 질환 비중 높아

'호흡기 감염' '신생아 건강' '암' '백내장' '심혈관 질환' '만성 폐질환'

세계보건기구(WHO)가 실내 및 실외 대기 오염이 원인 중 하나라고 규정한 질병들이다.

이처럼 대기 오염이 유발한 질병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매년 820만 명이 사망한다는 게 세계보건기구의 추정치다. 여기에는 간접 흡연도 포함된다. 우리 주변의 환경이 문제인 사망자들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대기 오염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2년 기준으로 1,261만여 명이 환경 요인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같은해 전세계에서 사망한 이들의 약 23%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망자 5명 중 최소한 1명은 환경 문제로 사망한 것.

이는 WHO가 지난 3월 발간한 '건강한 환경을 통한 질병 예방(Preventing disease through healthy environments)' 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이다.

보고서는 우리 주변 환경 개선을 통해 이같은 환경이 요인인 사망자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소한 '이만큼'의 세계 인구가 환경 문제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숨기지 않았다.

출처=WHO

 


보고서, 133가지 질병·부상 중 101가지가 환경과 연관

이 보고서는 전세계 194개국의 2012년도 사망자 수를 집계, 그 중 환경과 연관이 있는 사망 원인을 조사한 결과다.

이를 위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133개 질병과 부상 중 환경과 연관이 있는 요소들을 도출하는 직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101가지 요소들이 환경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대기나 수질, 토양 오염, 화학물질 노출, 자외선 노출 등의 환경 영향이 원인이 된 '죽음'이다.

보고서가 지목한 환경 문제가 요인이 돼 사망한 이들은 모두 1,261만 6,605명. 같은해 사망한 약 5,560만 명 중 22.7% 정도에 해당하는 이들이 환경 문제로 인해 사망했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들이 이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까.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한 것은 대기 오염이다. 약 820만 명이 대기 오염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외 84만 6,000명 정도는 오염된 식수 등에서 비롯된 설사병 등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통계치도 뽑아 냈다.

2012년 전세계 사망자 중 환경 문제로 사망한 이들 비중(왼쪽). 출처=WHO

 

보고서는 통계치 분석을 통해 크게 다섯 가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선 환경 위협이 전세계적인 질병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과 건강에 대한 환경 영향은 삶의 질이나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들었다.

또 저소득 국가일수록 환경 질병이 더 높았으며 10년 전인 2002년 대비 비전염성 질병의 비중이 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전염성 질병이란 대기 오염 등 인위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질병을 뜻한다.

마지막으로는 건강과 환경 사이의 관계에 대한 증거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건강과 환경이 밀접한 관계라는 부분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는 공증이다.

이 연구 결과와 관련해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각국이 행동하지 않으면 연간 수백만 명이 병 등으로 조기 사망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 2012년 기준 3만 8,000명 정도 환경 문제로 '죽음' 맞아
인구 10만 명 당 58명이 환경 때문에 사망…자살률보다 높아

한국의 경우 2012년 기준으로 3만 7,959명이 환경 문제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류별로는 감염성 질병이 1,018명, 비전염성 질병이 3만 2,678명이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부상 등으로 사망한 사례가 4,263명이라는 통계다.

문제는 비전염성 질병 비율이 높은 부분이다. 환경 문제로 인한 사망자 중 86.1% 정도가 여기에 해당했다. 이 중에는 대기 오염이나 수질 오염, 화학물질로 인한 오염 등이 포함된다. 환경 문제로 인한 감염성 질환 사망자가 전체의 2.7%에 불과하다는 점을 봤을 때 '지나치게' 높다.

화력발전소가 뿜어 내는 대기 오염 물질. 출처=WHO

 

환경 문제가 야기하는 감염성 질환에 대한 방비에 비해 감염을 통한 전파가 되지 않는 환경성 질환에 대한 정부의 대비책이 그만큼 취약하다고 해석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수에서도 살펴 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 통계치를 보면 환경 문제로 인한 한국의 사망자 수는 2012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58명이다.

해당 수치는 국내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률보다 2배 정도 높다. 세계보건기구가 같은해에 집계한 통계치를 보면 한국의 자살자는 인구 10만 명 당 28.9명이다. 자살 문제보다 환경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청와대에 도서·벽지와 다문화 가정 어린이 300여 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WHO 보고서만 놓고 본다면 '안전한 환경'은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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