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2014년 15개 기업에 '구상권' 청구.. 애경 등 13개 기업 소송으로 '버티기'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 대부분의 제조·판매사가 정부의 구상권 청구에 소송으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겉으로는 '사과'하면서도 뒤로는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며 버티기에 나선 모양새다. 여기에는 옥시, 홈플러스, 롯데쇼핑, 애경 등이 포함돼 있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2014년 12월 구상권을 청구한 뒤 돈을 안 내놓겠다면서 정부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는 모두 13곳이다.

환경부는 "당시 모두 15개 기업을 상대로 37억여원의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산도깨비'와 유통사인 '다이소'만이 816만 원을 냈을 뿐 다른 기업들은 소송 등으로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대국민 사과'를 한 롯데마트의 모회사 롯데쇼핑, 홈플러스, 옥시 등 3개사와 함께 애경산업도 포함돼 있다.

애경산업은 옥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앞서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중 피해를 인정한 1·2등급 피해자들에게 의료비와 장례비 등으로 모두 37억여원을 지급했으며, 해당 기업들에게 이 돈을 갚으라고 구상을 청구했다.

금액별로는 옥시가 16억 7,000만 원, 홈플러스 3억 4,000만 원, 롯데쇼핑 3억 3,000만 원 등의 순이다. 이 금액은 지급액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각각 25억 3,100만 원, 5억 9,100만 원, 7억 5,800만 원으로 껑충 뛴 상태다.

옥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냈으면서 형식적인 '대국민 사과'조차 하지 않은 애경산업은 4억 8,000만 원의 청구 금액을 놓고 소송 중이다. 이마트 역시 1억 2,000만 원의 소송을 걸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각각 8억 5,700만 원, 1억 5,400만 원으로 금액이 늘었다. 

특히 국내 최초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하고 옥시와 애경 등에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컬 역시 구상권 청구 대상이다.

이외 ▲한빛화학 ▲용마산업사 ▲제너럴바이오 ▲홈케어 ▲세퓨 ▲퓨앤코 ▲GS리테일 등이 현재 정부의 구상권 청구에 소송이란 형태로 대응 중이다.

환경부 서흥원 환경보건정책과장은 "구상권 청구 금액은 더 늘어 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환경부가 심사 중인 752명의 피해 구제 신청자와 4단계로 진행 중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신청 접수에 따라 피해 구제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18일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어 홈플러스가, 그리고 2일에는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옥시레킷벤키저가 사과했다.

사과하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 한국 법인 대표. 출처=포커스뉴스

 

옥시와 롯데마트는 각각 100억 원, 홈플러스는 보상하겠다고만 했을 뿐 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은 상태다.

환경 전문가들은 "정부의 구상권 청구에 소송으로 맞대응하는 걸 보면 대국민 사과가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라며 "특히 애경처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기업들은 일말의 양심조차 없는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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