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박준영기자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의 사막화방지 사업 동행취재기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다라터치시에 있는 쿠부치사막. 사진=김영보 기자

 

지난달 24일 오전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다라터치(達拉特旗)시.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죽음의 땅’이라 불리는 쿠부치(庫布齊) 사막을 찾았다. 200년 전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던 푸른 초원이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은 온통 모래뿐이었다.

깊게 파인 모래 구덩이는 현기증을 유발했고, 높게 쌓인 모래 언덕에선 걷길 포기한 채 두 손과 발에 온 몸을 맡겼다. 시간이 갈수록 힘은 빠져갔다. 목은 타 들어갔다. 모래투성이인 사막에서 ‘끝’은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드나드는 풍구에 다다르자 쿠부치사막은 본색을 드러냈다. 모래언덕과 모래언덕 사이 바람길을 뜻하는 풍구에서는 세찬 모래바람이 얼굴을 할퀴었다. 눈을 뜰 수 없는 것은 물론 콧속으로 들어오는 모래 때문에 숨 쉬기조차 어려웠다. 입에선 모래알이 잘근잘근 씹혔다. 조금이라도 발을 헛딛으면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공포감도 엄습했다.

눈을 뜰 수조차 없을 때 은발의 노신사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15년째 네이멍구자치구에서 사막화방지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의 권병현(78) 대표. 그는 힘 빠진 내 손을 잡아당기며 “모래바람이 장난이 아니죠? 우리나라에 불어 닥치는 황사의 대부분은 여기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주어 하는 한 마디. “우리나라로 불어닥치는 황사를 줄이려면 이곳에 방풍림을 심어 사막화를 막는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는 황사는 40%가 쿠부치사막 등 네이멍구자치구 지역의 사막에서 발원하고, 고비사막의 황사가 약 20%를 차지한다. 특히 봄철 편서풍이 불면 이곳의 황사가 하루 만에 한반도에 이른다. 그러나 바람에 따라 이동하는 유동사구가 전체의 61%를 차지하는 쿠부치사막은 그나마 남은 초원마저 모래로 뒤엎으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쿠부치사막에 나무를 심는 청년들. 사진=김영보 기자

 

사막에 심어진 840만 그루 … "생존은 결코 쉽지 않은 일"

권 대표에 따르면 미래숲은 지난 2002년 중국 정부와 ‘한중 우호 녹색장성 건설사업’ 협정을 맺은 뒤 이곳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매년 30만 그루 씩 심다보니 쿠부치사막 2,700ha엔 나무 840만 그루가 깊게 뿌리를 내렸다. 15년만에 '벌써' 쿠부치사막의 15%가 초원으로 바뀐 것이다.

권 대표는 “중국의 만리장성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지만, 쿠부치사막에 나무를 심어 녹색장성을 건설하는 사업은 쿠부치사막의 동진을 저지하고 있는 기능을 하고 있다”며 “나무를 심어 내 고국이 입는 피해를 막는 일은 내 숙명이다”고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나무 심기 행사에는 한국 학생 160명과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청년 20명, 일본 학생 10명, 중국 물자학원 학생 35명 그리고 쿠부치사막 인근 주민 50여명 등 모두 27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2~3명씩 한 조를 이뤄 사막버들(沙柳ㆍ사류) 묘목 800여 그루를 심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은 어려웠지만, ‘사막에 나무를 심어 사막화를 방지하자’는 소망만은 하나의 언어였다. 누구나 할 것없이 뜨거운 땀방울을 떨구며 이틀동안 9시간 이상을 나무심기에 몰두했다.

가로 세로 30cm 정도, 깊이는 80~90cm 가량 땅을 판 뒤 사막버들 뿌리가 잘 내릴 수 있도록 물을 뿌렸다. 그리고 모래를 다시 덮어주면 끝. 나무 심기는 비교적 쉬워 보였다. 하지만 쿠부치사막 조림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임영수(40) 미래숲 팀장에 따르면 수분 없이도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막 버들도 모래 속에 뿌리를 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2년까진 살아남을 수 있지만, 3년이 지나면 10개 가운데 3~4개가 수명을 다해 끊임없이 관리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쿠부치사막 나무 심기 캠페인에 참여한 장용환(왼쪽부터), 방준호, 쑨아오. 사진=박준영 기자

 

미래숲을 꿈꾸는 청년들 "언젠가는 푸른 숲이 되지 않겠어요?"

미래숲 관계자로부터 ‘내가 땀 흘려 심는 나무가 3년 안에 고목이 돼 말라버릴 수 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도 나무를 심는 청년들의 표정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공주대학교 산림자원학과를 다니며 미래의 산림청장을 꿈꾸는 장용환(24)씨는 “나무 한 그루 심어서 사막화와 황사 피해를 막을 순 없지만 한 그루 한 그루 심다보면 언젠가는 이 노력이 빛을 발할 때가 올 것 같다”며 “사막화와 황사 피해를 막는데 기여할 수 있어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피폐해져가는 지구를 살릴 방법을 찾는 연구원이 되길 소망하는 방준호(24·충북대 산림학과 3) 씨는 “이곳은 인간들의 지나친 욕심으로 망가져버렸다. 이곳을 보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며 “이곳이 당장 녹지가 되긴 힘들겠지만, 사람들이 하나 둘 관심을 두다 보면 언젠가는 ‘미래숲’이란 이름처럼 정말 숲이 조성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친 황사로 친구의 어머니가 폐병에 걸려 돌아가신 걸 본 뒤 쿠부치사막에 나무를 심으러 종종 온다는 중국 물자학원 재학생 쑨아오(26) 씨는 “사막화로 인한 황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큰 피해를 준다”며 “우리가 해야할 일을 미래숲과 한국 대학생들이 나서 도와줘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이곳이 푸른 숲으로 변할 날이 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막화 확산의 위험성을 설명해주는 동국대 강호덕 교수. 사진=박준영 기자

 

쿠부치사막의 사막화 방지, 우리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일 

북경으로부터 서쪽으로 2,000여㎞ 떨어져 있는 쿠부치사막은 몽골어로 '활시위'라는 뜻이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5분의 1 정도인 1만8,600㎢다. 모래가 61%이고 나머지는 자갈이나 흙먼지로 이뤄져 있다.

네이멍구 서쪽 끝 톈산(天山)산맥을 넘어오는 거센 편서풍은 쿠부치사막을 지나 모래 먼지를 실어온다. 이 모래 먼지는 하루도 안 돼 한국에 도착해 한반도 전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곳의 사막화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우리의 피해도 커진다는 뜻이다.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강호덕 교수는 “우리나라에 매년 찾아오는 황사발원지인 쿠부치사막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는 황하 지류 가까이 있는 곳에 숲을 조성해 조금씩 초지를 만들어가는 것이 대안”이라며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 방풍림 조성에 성공한다면 생태계가 복원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 교수는 "사막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00년 전 푸른 초원이었던 쿠부치사막을 내버려둔다면 악순환의 고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홍꾸메이 중국국제청년교류중심 부주임, 양하이빈 공청단 베이징시위원회 부서기, 황지엔쥔 다라터치 인민정부기장 등 중국의 주요 인사들이 “쿠부치사막에 나무를 심어 사막화를 막고 황사 피해를 줄이는 것은 동북아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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