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등 불매 운동 번지는 가운데 판촉 행사 논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 대형마트 3사가 수사의 중심에 서 있는 옥시레킷벤키저 제품 판매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불매 운동'을 시작한 시점에 판촉 행사를 벌이면서 빈축을 사는 모습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지난달 21~27일까지 1주일간 옥시를 포함한 주요 생활용품 브랜드 품목에 대해 할인이나 '1+1' 등의 판촉 행사를 진행했다.

옥시는 이마트가 지난달 초부터 27일까지 진행한 봄맞이 20~30개 품목 할인 행사에도 주요 브랜드로 참여했다.

봄·이사·황사철을 맞아 청소 수요를 겨냥한 통상적 판촉 행사라는 게 할인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옥시의 대표 제품인 옥시크린, 쉐리, 물먹는 하마 등의 제품군이 여론과 상관없이 홍보 대상이 된 점엔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25일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진행한 옥시 불매 운동 기자회견에서 땅바닥에 버려진 옥시 제품들 모습.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지난달 28일 오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옥시 한국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IFC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제조, 판매한 기업을 처벌하라'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옥시의 세탁용품, 방향제, 탈취제 등 125종의 판매 제품 명단을 공개하고 땅바닥에 제품을 버리는 등 옥시 불매 운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공개한 제품 목록에는 지난달 대형마트에서 시행한 대대적인 판촉 행사의 대상 품목들도 포함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같은날 1인 SNS 방송인 '원순씨 X파일'에서 "서울시는 앞으로 옥시의 제품을 쓰지 않겠다"며 "망하는 회사가 한 두개씩은 있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3사의 소비 촉진을 위한 판촉 활동이 끝난 직후 시점이다.

지난달 25일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진행한 옥시 불매 운동 기자회견에서 옥시 제품들이 땅바닥에 진열돼 있는 모습.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옥시는 2011년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가습기살균제와 관련, 자사의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 제품으로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해 왔다.

이후 가습기살균제가 불거지고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피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5명 중 4명꼴인 약 80% 정도가 옥시의 제품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유해성을 은폐하거나 서울대 수의학과 연구 결과 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들이 속속 불거지면서 여론의 지탄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1일 정오부터 피해자 모임 대표인 강찬호씨를 시작으로 무기한 1윈 시위에 돌입했다. 주제는 '국민 여러분, 살인 기업 옥시 불매 운동에 함께 해주세요'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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