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물자원관, 느타리 버섯서 배양한 균주 통해 염색 공장 폐수 처리 능력 발견해

#'생물 자원 전쟁'이라고들 한다. 2014년 9월 발효한 유전 자원의 이익 공유와 관련한 '나고야 의정서' 때문이다. 덕분에 바이오 산업 등 생물 자원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외 원료 수입 가격에 웃돈을 얹어 줘야 할 상황이 다가온다는 불안감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수입해 쓰던 생물 자원을 국내 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국내에서만 4만여 종에 해당하는 생물 자원의 효능을 일일히 찾아내고 정리하는 '분류' 작업을 기업이 직접 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역할을 정부가 맡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동·식물을 분류해 그 중 산업에 적용 가능한 물질들을 찾아내는 일들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특허는 기업이 싼 값에 이용 가능하다. 

이에 환경TV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생물 자원, 어떤 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 지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배양한 느타리 버섯. (출처=국립생물자원관)

 


대중 먹거리 느타리 버섯, 이런 능력이?

200g 당 1,000원. 29일 현재 A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국민 먹거리 '느타리 버섯'의 가격이다. 느타리 버섯은 야생뿐만 아니라 농가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보니 식용 버섯의 한 켠을 굳건히 차지하고 있다.

사실 느타리 버섯을 포함한 버섯류는 쉽게 말해 곰팡이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 곰팡이가 자라나면서 여러가지 효소를 만들어 내는데, 그 중 세포 바깥으로 분비돼 자라나는 효소가 버섯이란 이름을 지니게 되는 것.

때문에 버섯의 '어머니'는 곰팡이라는 게 연구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 내는 설명이다.

그런데 먹거리로 쓰이는 이 '곰팡이'는 다양한 효능을 지니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색소나 환경 호르몬을 분해해내는 능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무의 색소를 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산지를 가다 보면 부러진 나무들이 있는데, 그 속을 보면 하얗게 변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이 나무의 대표적인 색소인 '리그닌'을 곰팡이 균주가 분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통칭 '백색 부후균'이라고 불리는 버섯 균주다.

그렇다면 이러한 균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버섯의 종류에 따라 리그닌을 포함해 환경 호르몬까지 분해할 수 있는 능력들이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활용한다면 염색 공장 등에서 배출하는 염색 폐수를 정화하는데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느타리 버섯은 그 중에서도 이 능력이 탁월한 버섯이다. 정부 차원에서 연구가 진행된 배경이다.

느타리 버섯 균주로 합성 염료들의 분해 능력을 확인해 보는 실험. (출처=국립생물자원관)

 


균주 'IUM 1873' 분해 잘 안 되는 물질 분해 능력 '탁월'

국립생물자원관은 느타리 버섯의 균주를 실내에서 길러낸 뒤 다양한 효소들을 추출해 실험에 나섰다. 염색 폐수에 넣고 이를 분해하는 지 여부를 확인한 것.

이같은 실험에 나서게 된 것은 해외에서도 버섯을 이용해 염색 폐수를 정화하는 기술이 개발된 사례 때문이다. 슬로베니아의 국립화학연구소가 개발한 방식이다.

'이미 개발된 것을 수입해서 쓰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가정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생물이 지닌 특성이 그 원인이다.

김순옥 생물자원관 연구사는 "두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해외에서 실험에 성공했던 균주가 우리나라의 기후나 환경에 적응 못 하고 사멸할 수 있다"며 "또한 외국 균주를 우리나라에 가져오면 생태계에 잘못 유입돼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풀이하자면 각 나라마다 자생하는 생물을 이용하는 게 산업화 위험이 가장 적다는 결론이다. 연구진이 우리나라 자생 버섯에 주목한 이유다.

이런 배경에서 생물자원관은 국내 자생 버섯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중 느타리 버섯을 토대로 실험해 본 결과 몇 가지 균주 중 'IUM 1873'이라는 번호를 붙인 균주가 염색 폐수를 분해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직물 염색 등에 쓰이는 합성 염료는 분해가 쉽지 않다. 지난 2월 국민권익위가 적발한 경기도 양주시 염색 공장의 폐수 불법 배출과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도 염색 폐수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가 한 몫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을 상용화한다면 우리나라 강으로 흘러 드는 폐수에서 유해한 염색 물질을 분해해 낼 수 있다는 게 생물자원관의 판단이다. 특히 다른 버섯보다 느타리 버섯이 빨리 자란다는 점도 산업화 가능성을 높게 점치게 되는 부분이다.

느타리 버섯 균주 별 합성 염료 분해 능력 측정 결과. (출처=국립생물자원관)

 

김 연구사는 "버섯을 이용한 상품 개발에 가장 큰 난제가 버섯이 천천히 자란다는 점인데, 느타리 버섯은 한 달을 길러야 9㎝ 정도 자라는 다른 버섯과 달리 3~4일 정도면 이 정도 길이가 된다"며 "현재 현장 적응이 가능한 지 연구 용역 중"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먹는 버섯인데, 폐수 처리용으로 사용한다면 가격이 비싸지 않을까하는 것도 그야말로 '기우'다. 상품용을 제외한 부분만으로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

김 연구사는 "느타리 버섯을 재배하고 남는 부산물, 즉 쪼가리를 이용해서도 염색 공장의 합성 염료를 분해하는 균주를 배양할 수 있다"며 "다만 생산법을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느타리 버섯으로 수질 물질 개발하려면..

이 연구 결과는 특허청에 특허 출원된 상태지만 아직 '등록'이 되진 않았다. 

일반적으로 국유 특허를 이용할 경우 특허청의 '특허로(www.patent.go.kr)'를 통해 사용 신청을 하면 되는데 이는 특허 등록이 완료된 이후에만 가능하다. 보통 특허 출원 후 2년 정도 지나면 등록이 완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 신청은 특허 등록 이후 하면 된다.

그렇다면 등록이 완료된 후 이 특허를 이용할 때 들어가는 정확한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생물자원관은 '어떤' 제품을 '얼마나'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비싼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조수현 생물자원관 연구사는 "물품에 대한 공장도 단가와 판매 수량 대수, 기여율 등을 넣어서 산정을 하는데 굉장히 싸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라도 신청해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느타리처럼) 아직 비공개 상태인 특허들도 있는데, 이는 연구자가 후속 또는 보완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카테고리 별로 문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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