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종말 이후 세계의 경험' 프로그램 봤더니..

1986년.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아시안 게임이 열렸던 해로 회자된다. 하지만 같은해 4월26일 오전 1시23분, 같은 아시아로 분류되는 우크라이나(구 소련)의 중심부에서는 전세계가 회자하는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했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얘기다.

당시 체르노빌 발전소 제4원자로가 폭발하면서 주변은 불길에 휩싸였다. 이 지점부터 수천㎞는 방사능 낙진 구름에 뒤덮였다.

이 사고로 피해를 호소한 이들만 200만 1,799명이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위치한 피해자 전용 의료센터가 지난해까지 집계한 30년의 기록이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람이 살지 않는 체르노빌은 그러나 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관광 명소가 됐다. '지구 종말 이후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게 관광의 이유다. 이들은 '재앙 관광객'이라 불린다.

(출처=체르노빌투어닷컴)

 

26일(현지시간) 기술전문매체인 인버스는 가장 오염이 심했던 지역인 체르노빌 반경 18마일(약 29㎞) 안쪽으로 매일마다 관광객들이 탄 버스가 오간다고 보도했다. 병적인 호기심과 모험심을 가진 이들이 고객이다. 연간 1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일례로 '솔로이스트'라는 여행사는 '처음이자 여전히 최고'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1999년부터 체르노빌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그나마 2008년부터 강제 의료 보험이 적용되기 전까지는 '방사능 위협은 책임 못 진다'는 식으로 해왔던 프로그램들이다.

하루 90에서 165달러 수준. 각 여행사들의 관광 상품을 이용하는 이들은 해당 비용을 지불하고 'Dytyatky'라는 입구를 거쳐 버려진 마을로 향한다. 그렇게 마을들을 거쳐 폭발한 원전이 있는 곳 근처까지 이들은 접근한다. 멀리서지만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항공 관광 상품을 통해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지정한 제한 구역. (출처=체르노빌투어닷컴)

 

"완벽히 안전하다"

여행 프로그램들이 자신하는 부분이지만 이 곳에서 수천㎞ 떨어진 스위스 인근에서도 당시 방사능 낙진의 여파가 남아 있다는 외신 보도 등을 본다면 답은 '의문'이다.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명을 여행 전에 요구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국 녹색당은 체르노빌 사고와 관련한 이같은 '엽기적인' 여행을 언급하며 "이렇게 아직 안전하지도 못한 참사 현장을 '상업화'하는 것은 사실 사소한 현상"이라며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도 핵을 고집하는 일본과 한국도 있다"고 논평을 통해 비꼬았다.

체르노빌 30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5년, 그리고 여전히 '안전'하다는 우리나라의 원전 논란 속에 '재앙 여행객'의 발길은 30년 전 그 때 그 곳을 향하고 있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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