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50여개 나라 참석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타결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2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세계의 합의가 본격적인 실행 절차에 들어간다.

환경부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구의 날'인 22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150여 개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파리 협정 고위급 서명식'이 열린다고 밝혔다..

이번 서명식은 각국이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에서 채택된 조약문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정부 차원에서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서명 1년 안에 국가 별로 비준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 진행된다.

한국 대표로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최재철 기후변화 대사 등이 참석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의 서명식 참여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전지구적 의지 결집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파리 협정의 조기 발효 청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파리 합의문'을 도출한 직후 박수를 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오른쪽)과 로랑 파비우스 COP21 의장(가운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 (출처=UNFCCC)

 


지구 온도 2도 이내 막는 파리 협정, 어떤 내용?

32쪽 분량, 29개 조항으로 구성된 파리 협정을 통해 전세계 195개국이 동의한 기후변화 대응 수준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2도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지구 온도를 낮춘다는 내용이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이나 글로벌 환경단체들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1.5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요구도 일정 부분 반영했다.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내용을 단서 조항으로 달았다.

이를 위한 방안은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다. 전세계 185개국 이상이 제출한 각국별 온실가스 감축안인 '자발적 기여 방안(INDC)'의 이행을 촉구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선진국의 경우 과거 시점 대비 미래 시점에 얼마만큼을 감축하겠다는 '절대량'을 제시하도록 규정했다.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겠다는 유럽연합(EU)과 같은 방식이 그 사례다.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각국의 역량에 따른 감축 방식을 택하도록 유연성을 뒀다. 다양한 여건을 감안해 절대량 방식이 아니더라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유럽연합과 미국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자발적 기여안 자체의 법적 구속력 부여는 안에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선진국에 절대량이라는 구속을 달았다는 점은 한 단계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지난해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의장이자 프랑스 외무부 장관인 로랑 파비우스는 "우리의 협력은 개개인의 노력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라며 "이에대한 역사적 책임은 어마어마하다"고 평가한바 있다.

지난해 당사국총회는 협상 시한을 하루 넘긴 12월 12일 오후 7시30분쯤 폐막했다. (출처=UNFCCC)

 


서명식 이후 발효까지 절차는 어떻게 되나

파리 협정은 각국의 개별 법보다 상위에 있는 국제법적인 구속력을 갖는다. 때문에 우선 각국의 의회가 이 협정에 동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소위 '비준'이라는 형태다.

이번에 150여 개국이 파리 협정에 서명하더라도 법적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55개국 이상의 비준이 수반돼야 한다.

설령 55개국이 비준하더라도 이 국가들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전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이 돼야만 효력을 갖는다. 이 두 가지 사항 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발동되지 않는다.

시안은 고위급 서명식이 치러진 22일부터 향후 1년간이다. 비준안을 받는 주체는 유엔사무총장이다.

한국의 경우 이번 서명 이후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국내법을 정비한 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대통령 재가를 받게 되면 유엔에 한국 비준서를 제출하고 국내적으로 공포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다만 상호 원조나 안전 보장에 관한 조약 등 헌법 60조 1항에서 규정한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조약'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 재가 후에 국회 비준 동의라는 절차가 추가된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날 국가별 발언을 통해 "한국은 파리 협정의 발효를 위해 국내적으로 필요한 비준 절차를 조속히 추진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지난해 파리 당사국총회에 참석했던 윤성규 환경부 장관. (자료사진)

 


국내 파장 어떻게 될까…'산업계 체질 전환 불가피'

파리 협정이 각국의 비준 절차까지 거친 뒤 발효하게 되면 국내 산업계의 체질 전환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파리 협정은 5년마다 한 번식 각국의 감축 노력을 의무적으로 재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각국은 5년에 한 번씩 지난번에 제출한 목표치보다 '약간'이라도 더 많은 양을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국제사회에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 지난해 6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확정해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톤으로 본다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8억 5,100만 톤 중 3억 1,500만 톤을 감축한다는 목표다.

파리 협정에 따르면 해당 목표치는 5년에 한 번씩 갱신, 보다 더 전향적인 목표치로 갱신해 제출돼야만 한다. 예를 들자면 파리 협정 발효 시점부터 5년이 지난 뒤에는 '2035년까지 얼마 정도 더 줄이겠다'는 목표를 한국 정부 역시 또 한 번 제시해야 한다는 것.

(자료사진)

 

온실가스 감축에 부정적인 산업계 입장 등 국내 사정에 따라 '눈속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제사회는 각국이 제시한 목표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 지를 5년마다 주기 점검하기로 했다. 각국의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직접 각국 상황을 검증하는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이라는 체계다.

전문가 검토 면에서는 한국인이 수장인 기후변화 전문기구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검증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회성 IPCC 의장은 파리에서 한국기자들을 만나 "아마도 그 역할을 IPCC가 맡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산업계 체질 변화밖에 답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산업계를 만나 보면 온실가스를 더 감축하라는 얘기 때문에 가뜩이나 마른 수건을 더 짤 수가 없어서 수건이 찢어질 판이라고 한다"며 "찢어질 수건이면 바꾸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이 국제사회에서 양해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판이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OECD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3년까지 회원국 전체적으로 평균 7% 정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었지만 한국은 오히려 111% 정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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