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터 100억까지'.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뒤늦게 피해 보상을 약속하고 있는 가운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숫자로 정리한 범위다.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정리한 숫자와 의미를 20일 발표했다.

우선 가장 작은 숫자인 '6'의 경우 검찰이 지난 1월 꾸린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특별수사팀에 배당된 검사 수다.

센터는 이어 '28'이란 숫자를 들었다. 이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국내외 학술지 논문 수다. 한글 논문 6편과 영어 논문 22편이다.

이 연구 결과들은 정부 역학 조사 등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작성한 것으로, 조작 논란이 일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가 서울대 등에 의뢰해 실험한 결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최근 피해 보상을 발표한 홈플러스의 PB 가습기살균제 제품.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89.9'는 지난해 12월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 건강 연구실 등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중 하나다. '옥시레킷벤키저 제품 소비자 불매 운동이 일어나면 참여하겠다'라고 응답한 비율이다.

'103'은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제품을 사용했다가 사망에 이른 이들의 숫자다. 정부의 1·2차 심사에서 확인한 530명의 피해자들에 속하는 이들이다.

다음으로 제시된 숫자 '198'은 2013년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발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결의안'에 찬성한 의원 수다.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의 93% 수준으로, 기권이 15명이었으며 반대표는 단 한 표도 없었다.

'239'는 지난 4일까지 정부 및 센터로 신고된 피해자들 중 사망한 이들이다. 이들 중에는 정부 판정 결과 3~4등급을 받아 손해배상조차 못 받는 이들도 포함됐다.

이어 '256'이란 숫자가 나왔다. 피해자들과 센터가 11차례에 걸쳐 검찰에 고발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업체 19곳의 전·현직 임원 수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일인 시위도 숫자로 집계했다. 2012년 5월부터 옥시레킷벤키저 임원이 검찰에 소환된 지난 19일까지 모두 '381' 차례 이어졌다.

'1994'는 SK케미칼(당시 유공)에서 세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해다.

전체 피해자 수는 '1,528'로 집계됐다. 정부의 1·2차 피해자 조사 당시 신청한 530명과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3차 피해자 조사에 신청한 752명, 여기에 지난 4일까지 센터로 접수된 246명 등이다.

'2011'은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공론화한 해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8월 역학 조사 결과 폐손상 환자와 사망자의 피해 원인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지목했다. 같은해 11월에는 동물 실험을 통해 6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독성을 확인했다며 강제 수거 명령을 내렸다.

독성과 관련된 수치도 있다. '2,500'이란 숫자는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과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등에 사용된 물질인 'PHGM'의 독성값이다. 일반적으로 독성값이 1을 넘으면 위험하다고 한다. 2012년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에 게재된 논문이 근거다.

'4,167'은 가습기살균제를 키워드로 네이버에서 검색했을 때 검색되는 언론 보도 기사 수다. 시점은 사건이 발표된 2011년 8월 31일부터 20일 오전 7시까지 4년 8개월이다.

이후의 숫자부터는 단위가 커진다. '10만 5,789'는 2011년 11월 정부가 제품안전법에 근거해 강제 회수 명령을 내린 뒤 각 제조·판매업체에서 2012년 7월 말까지 회수한 가습기살균제 개수다.

'60만'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매년 판매된 제품의 숫자를 의미한다. 20여 종의 제품이 매년 60만 개 정도 팔렸다.

'453만'은 가습기살균제 업계 1위를 달리던 옥시레킷벤키저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1년간 판매한 옥시싹싹 제품의 판매 수량이다.

잠재적 피해자 수도 충격적이다. '1,087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 건강 연구실이 지난해 12월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한 가습기살균제 사용 여론조사 결과에 우리나라 인구 수를 대입한 수치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2%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5일 식목일에 맞춰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 조성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의 숲' 간판.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5,200만'은 2012년 7월 23일 공정거리위원회가 옥시레킷벤키저 등 4곳의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회사에 과장 광고 등의 책임을 물어 부과한 과징금 액수다. 수백 명의 사망자와 1,000명 이상의 상해자가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처리된 유일한 법적 조치다.

마지막으로는 '100억'이다. 롯데마트의 김종인 사장이 지난 18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약속한 피해 보상 기금 규모다.

사건이 공론화한지 5년 간 가습기살균제는 이처럼 다양한 숫자를 남겼다. 그리고 지금도 이런저런 숫자를 남기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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