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TV가 만나 본 사람.. 임지영 환경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사무관

"벌써 면접 끝났어요? 저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시간을 좀 더 주세요." 군 입대  신체검사를 받으며 '꼭 가고 싶습니다'를 외치던 어느 제약회사 음료 광고를 연상케 하는 면접의 주인공은  환경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임지영 사무관(31·여)이다.

임 사무관과 환경부와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11월, 정연만 환경부 차관이 이화여대를 찾았다. 이대 약학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 위해서다.

특강 대상은 약대 학생들이었지만, 이 자리에는 행정고시 2차 시험을 통과하고 3차 최종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임지영씨도 함께 있었다.

행정학과 출신으로 당시 이대에서 계약직 인턴으로 근무를 하고 있던 임씨는 "교내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고 들어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다소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렇게 단순한 호기심에 들어갔던 정 차관의 이 '특강'이 그의 인생 항로를 결정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당시 정 차관의 강연을 들었던 임씨는 행정고시에 최종 합격, 연수를 마치고 이달 1일부로 환경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로 보직 발령을 받고 사무관으로 근무 중이다.

임지영 환경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사무관.

 

임 사무관은 행시 합격 이후 연수를 마친 뒤 자신이 가고 싶은 부처를 적어낼 때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한다. 제1지망은 '환경부'. 

환경부 지망 결정을 내리는데 임 사무관은 일년 반 전에 들었던 정 차관의 수 시간에 불과한 특강과 여러 학생들과 커피숍으로 이어진 만남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임 사무관은 "당시 차관님 말씀을 들어 보니 환경부가 정말 많은 일들을 하고 굉장히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듣게 됐습니다"라며 "환경부는 직급·성별 차별도 없다며 일 잘하는 사람이 일 할 만한 부처라고 말해주신 부분이 매력적이었고 더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차와 3차 지망은 어디를 적어 냈을까. 연수 시절 1지망인 환경부가 안 되면 어쩌나 걱정했다는 임 사무관은 각각 국무조정실과 해양수산부를 썼지만, 이 역시도 '환경'이라는 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임 사무관은 "해수부도 환경오염 등 환경 관련 일을 해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라며 "사실 국조실도 환경 관련 업무가 많습니다. 그래서 해당 부처에 가더라도 환경과 연관된 일을 하면 나중에 환경부에 와서도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매년 바늘 구멍을 뚫고 250~300명 정도의 행시 합격자가 나오지만 예산과 조직을 다루는 이른바 '인기' 부처가 아닌 임 사무관처럼 '비인기' 부처로 인식되는 환경부를 1지망으로 적어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임 사무관의 선택이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다.

임 사무관은 "지망 부처 면접 준비했을 때 다른 동기들이 '내가 여기를 왜 지원하는 지'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라며 "동기들 중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기재부를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정말 환경부에 오고 싶은 이유가 너무 많았습니다"라고 당당하게 환경부 지망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인 사무관은 "환경부 면접 때 '이제 그만 나가라'고 하시는데, '벌써 면접이 끝났어요? 저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시간을 좀 더 주세요'라며 스토커처럼 떼를 썼습니다"라며 일화를 소개했다.

"면접 볼 때 환경부에 오고 싶은 이유를 말하며 정말 뿌듯했습니다"라는 것이 임 사무관의 면접 소회다.

다양한 환경 분야 중에서도 국민 실생활에 직결되는 기후변화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다는 임 사무관은 행시 후배 기수들에게 조언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임 사무관은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서 선택했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건 바꿀 수가 없습니다"라며 "연수 기간에 어디 가고 싶은 지를 생각하고 관심 있게 살펴 보고 막상 (부처) 면접 볼 때 '나 정말 여기 오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고 강조했다. 

공직자로서 포부와 자세에 대해 임 사무관은 "환경부 업무는 적정선을 어디다 두는 지가 중요합니다. 시민단체 얘기도 일리가 있고 환경부 규제도 일리가 있습니다. 국토부가 개발하겠다는 것도 논리가 있습니다"라며 "어디가 맞다라고 하기 보다는 적정선, 균형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역할을 하는 공직자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당차게 밝혔다.

인터뷰 중간 "원하던 '환경부'에서 근무를 하게 돼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는 임 사무관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Q. 이대 강연을 듣고 환경부를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는데?

"2차를 합격하고 3차 면접 준비 기간에 강연이 있었다. 학교 수업을 들으며 원래 환경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 차관 강연을 듣고 환경부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Q. 딱딱할 수도 있는 강연이다. 그럼에도 강연을 듣게 된 이유는?

"환경부가 어떤 일을 하는 지 잘 몰랐었는데, '왜 환경부 차관이 약대에서 강연을 하지'라는 궁금증에 참석했다. 환경부에 원래 관심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들어보니 화학물질 관련 일이 환경부 주요 업무 중 하나였고, 우리가 만날 먹는 약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오염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약대 학생들도 관심을 굉장히 관심을 가졌다. 차관님도 굉장히 유쾌하게 강연을 했다.

강연이 끝난 다음에 '이제 끝났구나' 싶었는데, 차관과 교수님들이 얘기를 나누며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많으니 카페라도 가서 얘기를 하자'고 해서 카페 가서 얘기를 더 나눴다.

당시 차관님 말씀을 들어 보니 환경부가 정말 많은 일들을 하고 굉장히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듣게 됐다. 

교수님이 차관님에게 행시 2차 합격자라고 저를 소개해 줬는데, 환경부는 직급 차별도 성별 차별도 없다며 일 잘하는 사람이 일 할 만한 부처라고 설명해 주셨다. 그 부분이 매력적이었고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Q. 행정학과라서 공직에 관심이 있었나?

공직에 관심이 있어서 행정학과에 들어갔다. 행정법 공부할 때 판례 등을 보며 빨리 합격해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 들어가기 전에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고민하면서 떳떳한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직이라는 게 나의 이익이 아니라 타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을 하면 내 이익이 아닌 더 중요한 일을 하겠구나 생각해서 공직을 선택했다"

Q. 연수 당시 1~3지망 부처는?

"1지망은 환경부. 2지망은 국무조정실, 3지망은 해양수산부였다. 3지망까지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다 보니 쓰기는 했는데, 해수부도 환경오염 등 환경 관련 일을 해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 국조실도 환경 관련 업무가 많더라. 

그래서 해당 부처에 가더라도 환경과 연관된 일을 하면 나중에 환경부에 와서도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주도청에서 연수를 받을 때 환경부를 못 가면 어쩌지하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주도청 관계자 분이 환경부에 가지 못 하더라도 환경을 생각해주면 환경을 하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조언해줬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환경 관련 일을 해야 겠다고 생각이 든 순간이다."

Q. 원하던 환경부에 발령 받고 나서 근무를 하고 있는 소감은?

"규제개혁 업무를 다루는 부서로 발령을 받다 보니 생각했던 것처럼 사업국에서 하는 일을 실제로 해보지는 못 한 상태다. 그렇기는 하지만 행복하다. 

생각했던 부분들은 멀리서 보고 있지만 지금 하는 일도 굉장히 즐겁다. 제주도청에서 최종 보고서를 쓸 때 음식물 쓰레기 보고서를 썼는 데 정말 아이디어도 잘 안 떠오르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 과정이 보람찼다. 환경부에 와서 환경부 이름이 적힌 보고서에 조금이나마 일조한다는 생각에 매우 행복하다."

Q. 환경부에서 가장 관심 있는 부서가 있나?

"기후쪽이 아무래도 가장 관심이 있다. 사실 국민들 실생활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어서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Q. 기재부 등의 선호하는 부처가 아닌, 환경부에 오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망 부처 면접 준비했을 때 가장 좋았던 게 다른 동기들이 '내가 여기를 왜 지원하는 지'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가장 많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기재부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저는 정말 환경부에 오고 싶은 이유가 너무 많아서 환경부 면접 때도 '이제 그만 나가라'고 하는데, '벌써 면접 끝났어요? 저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시간을 좀 더 주세요'라며 스토커처럼 떼를 썼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멋있다고 보는 것과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간극이 좁아야 본인의 선택 이후 장단점을 받아들일 수 있고 즐겁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서 선택했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건 바꿀 수가 없다.

본인 연수 기간에 어디 가고 싶은 지를 생각하고 관심 있게 살펴 보고 면접 볼 때 '나 정말 여기 오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저는 면접 볼 때 환경부에 오고 싶은 이유를 말하며 정말 뿌듯했다. 그러면 면접 위원들도 그 마음을 알아 줄 거라 생각한다."

Q. 앞으로 환경부 공직자로써 목표가 있다면?

"환경부 업무는 적정선을 어디다 두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환경에 대해 논의를 할 때 어떤 사람의 얘기를 들어도 다 근거가 있더라. 시민단체 얘기도 일리가 있고 환경부 규제도 일리가 있다. 국토부가 개발하겠다는 것도 논리가 있다. 

어디가 맞다라고 하기 보다는 적정선, 균형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역할을 하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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