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 듯 청소년 아닌 청소년 같은 '너'

웹툰 '외모지상주의'에서 고등학생인 신대훈이 음주와 흡연하는 장면. 출처=외모지상주의 63화 '관심종자'편

 


매주 금요일을 달구는 웹툰이 있다. '얼짱' 웹툰 작가 박태준이 그리는 '외모지상주의'다. 따돌림으로 고생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완벽한 '훈남'이 돼 주변 사람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는 이 웹툰은 '외모지상주의'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웹툰의 인기만큼이나 구설도 많다.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나오는 웹툰에선 노예팅, 문신, 조폭, 음주 등 선정적인 소재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모지상주의 63화 '관심 종자(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지칭)' 편에서는 온몸에 문신을 새긴 '신대훈'이란 캐릭터가 등장해 양주병과 담뱃재가 널브러진 술집에서 여성을 부둥켜안고 있는 장면이 등장했다. 만19세가 넘지 않은 '신대훈'은 엄연한 청소년이지만, 이 장면만 놓고 보면 그가 청소년인지 성인인지 분간이 어렵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의 주류 구매나 음주를 확인할 의무는 업주에게 있다. 주류 등 청소년 유해약물을 청소년에게 제공해 신고를 당한 업소는 해당 지자체의 행정처분에 따라 50만~300만 원 내에 벌금 및 일정 기간 영업정지에 처한다. 아울러 위반횟수가 반복되면 벌금과 영업정지 일수가 늘어남은 물론 영업장 폐쇄 조치까지 취해진다.

그러나 정작 신분을 속여 음주한 청소년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고 있지 않아 선도 효과 없이 업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온몸에 문신을 한 건장한 체격의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가 자진 신고한 업주에게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결정이 나왔다.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은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진 모 씨가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낸 '일반음식점 영업정지처분 취소청구'를 받아들였다. 서울시 행정심판위는 진 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지난 4일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재결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행심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9일 오후 10시쯤 진씨가 운영하는 치킨집에 미성년자인 A(18) 군을 포함해 총 3명이 들어왔다. 당시 A 군은 이미 진씨가 일면식이 있는 성인 2명과 함께 왔고, 담배를 피우고 있어 진 씨와 아르바이트생은 A 군을 성인이라고 생각했다. 또 진 씨는 건장한 체격에 온몸에 문신을 한 A 군에게 위압감을 느껴 신분증 검사도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술을 마시고 치킨집을 떠난 지 2시간 뒤, A 군은 다시 진 씨의 가게로 찾아왔다. A 군은 "미성년자인 나에게 술을 팔았으니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진 씨를 협박했다. 성인처럼 보였던 A 군이 알고 보니 만18세 청소년이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A 군의 협박을 들은 진 씨의 남편은 "돈을 주느니 차라리 처벌을 받겠다"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은평구청장은 서울 서부 경찰서장로부터 진씨가 청소년 A 군이 포함된 일행에게 술을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음을 통보받고, 지난해 말 진 씨에게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애초 2월 영업정지 처분이었지만, 서울서부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감경됐다.

진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행심위에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진 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돈을 줬더라면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청소년들이 다른 곳에 가서도 똑같은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해 자진 신고를 했는데 오히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유흥가. 출처=청소년음주예방협회

 


행심위는 A군의 용모만으로 미성년자로 보기 어렵고, 2012년 개업 후 모범적으로 영업하고 자신신고마저 했다는 점에서 진 씨의 요구를 받아줬다. 

행심위는 또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악용해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는 사회정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이를 신고한 행위자가 불이익 처분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조 신분증에 속아 청소년에게 술을 팔거나 청소년 강압에 못 이겨 술을 내준 사업자는 행정처분을 감경해주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입법예고된 것도 고려했다.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유혜남 사무국장은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지 않은 업자도 '위법'을 저지른 것은 분명하지만, 주민등록증 위조 등의 방법으로 업자들을 속이는 행위 등을 하는 청소년들도 문제이다"며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취업 제한 및 유해업소 출입 제한 조치 등의 법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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