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 scene 1.
 2100년. 이른 아침, 눈을 뜨자 창문이 열리며 푸른 산과 맑고 선선한 바람이 반갑게 인사한다. 도심에는 울창한 숲과 나무들이 가득하고, 국민 10명 중 8명꼴로 이용할 만큼 대중화된 저탄소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출산율이 3.3명으로 증가하면서 폐교됐던 전국 초등학교 100곳이 다시 수업을 시작하고, 평균 수명이 증가한 초고령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의료․복지 정책 덕분에 노인 10명 중 8명이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모든 가정이 태양, 수력, 지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집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친환경 기술, 산업, 생활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배출전망(BAU) 대비 120% 감축했다는 소식이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 scene 2.
 2100년.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기침과 가래가 나온다. 휴대전화를 켜고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부터 확인한다. 지하철 한 칸이 모두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뿐이다.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연금이나 건강보험은 막대한 적자로 시달리며 노후 정책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신문에는 청년 실업률이 60%에 달한다는 뉴스가 실렸다. 이상기후가 빈번해져,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비가 쏟아지기 일쑤다. 오늘도 폭우로 서울 모든 지하철과 시내도로가 침수되고, 인근 산이 또 붕괴했다. 

2005년과 대비해 지구 온도가 4도씨 상승하며 농업 생산성은 떨어지고, 마트에는 온통 가공식품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아직도 국가나 지역, 시민들의 생활에서 환경은 늘 뒷전이다. 사고 쓰고 버리는 일에 익숙하고, 화석연료 사용량이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100년에 대한 두 가지 미래 전망이다. 이 전망은 환경부의  ‘저탄소 기후변화 적응 사회를 위한 사회․경제 변화 시나리오’ 내용이다. 

미래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수준에 따라 우리나라 인구, 경제, 토지 이용, 에너지 사용과 같은 사회․경제 지표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한 시나리오다. 앞서 언급한 첫 번째 사례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저탄소 기후변화 적응사회 시나리오(SSP1)'다. 

두 번째 사례는 화석연료 중심 경제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복지 정책 및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은 ’고탄소 기후변화 비적응사회 시나리오(SSP3)'에 해당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단지 기온뿐만이 아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저탄소 기후변화 적응사회일 경우, 2100년 우리나라 총인구는 3,992만명에 이르고 1인당 GDP는 1억 5,000만원이 전망된다. 

이에 비해 고탄소 기후변화 비적응사회일 경우에는 2100년 총인구는 2,052만명, 1인당 GDP는 8,900만원에 불과하다. 저탄소 사회일 경우 초고령인구 비율은 38%이지만, 고탄소 사회일 경우 무려 50%나 차지할 전망이다. 

이처럼 기후변화 문제는 단순히 기온이 조금 더 올라가거나 덜 올라가는 차원이 아니다. 

아침의 풍경을 바꾸고, 일자리를 결정하고, 인구 구성을 변화시키고, 경제성장률을 좌우한다. 인구, 경제, 에너지, 삶의 모습 등 우리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사회, 경제적 요소들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불확실성과 변동성으로 가득 찬 미래를 어떻게 맞아들여야 할까. 미래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증가한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미래를 보다 확실하게 예측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수 많은 변수들로 가득 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며, 한정된 미래상에 갇혀 오히려 미래를 효과적으로 준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미래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시나리오란 불확실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정하여 그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하기 위해 개발되는 것이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도에 따라 미래 사회․경제 부문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응정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변화를 과소평가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막연한 두려움만 가지고 무기력하게 손을 놓아서도 안 될 것이다.

 영국 문호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과연 어느 쪽일까. 확실한 것은, 미래는 준비된 자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이다.

<김용주 원장 약력>
-영국 뉴캐슬대학교 환경경제학 박사
-전(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총장/경영학과 교수
-현(現) 유엔 환경계획(UNEP) 지속가능소비생산(SCP) 이사/아시아태평양지역 공동대표
-현(現)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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