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소속 직원 50여 명이 다도해와 한려 해상 국립공원의 무인도에 몰려 들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골칫덩이 '염소'를 잡기 위해 동원된 인원이다.

이 염소들은 인근 도서 주민들이 풀어 놓은 개체들이다. 염소에게 무인도는 천적이 없는 '지상낙원'이다. '낙원'에 터를 잡은 이들은 맘 놓고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무인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이든 뭐든 풀이나 나무 종류를 닥치는대로 뜯어 먹었다. 이 낙원은 국립공원이다.

사실 주민들이 무인도에 염소를 풀기 시작한 것은 역사가 꽤 오래됐다. 해당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전인 1970년대부터라고 한다. 당시 정부는 농가 소득 진작을 위해 이를 권장했다는 게 여러 주민들의 증언이다.

문제는 막상 풀어놓고 보니 주인조차 잡을 수가 없게 됐다는 점이다. 염소가 워낙 날래서 주인조차도 이 염소들을 잡지 못하게 돼 결국 방치된 것이다. '자산'은 매년 증식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소득 증대는 어림없었다. 잡을 수가 있어야지 팔든지 할 거 아닌가. 애먼 공단 직원들이 동원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무런 대책없이 시행했다 환경 파괴로 이어진 정부의 농가 소득 증대 프로그램은 또 있다. 1980년대 초에 시작한 '사육곰' 정책 얘기다. 국내에서 사육하는 900마리 안팎의 사육곰들은 정부가 농가에서 키워 재수출해 돈을 벌라고 장려하는 통에 농민들이 데려 온 개체들이다.

그런데 막상 데려 오고 보니 이 사육곰들은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한국 정부가 1993년 7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모든 곰의 국제적 거래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사육곰 실태 조사 중인 장하나 의원(오른쪽). (자료사진)

 

이에 정부는 곰사육 농가 손실 보전을 명분으로 10년이 지난 사육곰의 웅담 채취를 허용했다. 야생 동식물 보호법 상으로 본다면 보호받아야 마땅한 '야생동물'이지만, 농가를 생각해 야생동물이 아닌 식용 가축으로 '눈감고 아웅'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농가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이다. 한 사육곰 업체 관계자는 "한 마리 당 먹이값만 매달 300만 원 정도 나간다"며 "5백만 원 정도하는 웅담 하나 얻자고 매년 수백만 원 씩 들여 곰을 키우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정책의 실패는 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때우는 형국이 된다. 염소는 포획에, 사육곰은 증식 방지를 위한 화학적 거세에 예산이 들어갔다. 게다가 사육곰의 경우 국회 계류 중인 특별법이 통과되면 구입비도 들이게 된다.

문제는 이런 실패 사례가 앞으로도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같은 정부 안에서도 가축은 농림축산식품부, 야생동식물은 환경부,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 여기에 식물과 곤충을 다루는 산림청까지 행정 주체가 무분별하게 쪼개져 있기 때문.

정부라고 해도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한 실수를 바로 잡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자 능력이다. 하지만 '뻔히' 보이는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의외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 흔한 부처 간 협의체조차 없다. 동식물의 통합적 관리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 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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