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의 '한효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하는 꽃 ‘해어화’, 여주인공 한효주는 극중 정소율과 완벽히 닮아있다.

극 초반 “왜 오라버니의 곡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부르냐”며 유연석 품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던 모습에 가려져서일까?

감독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관객의 입장에서는 복수심에 불타 천우희와 유연석의 삶을 처절하게 짓밟은 한효주가 잔인하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배신감’과 ‘분노’로 자기 자신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게만 느껴졌다.

근래 들어 꽤 괜찮은 연기력과 아름다운 미모를 소유하고 있는 탑스타 한효주가 최근 영화에서 줄줄이 안 좋은 소식을 전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쉼표 없는 활동 속에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그녀의 독한 모습이 역효과였을까?

언젠가부터 그녀에게 덧씌워진 비호감 이미지가 극중 인물과 겹쳐 보인다는 평들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해어화’는 어떨까? 내용만 보면 믿었던 친구에게 결혼까지 약속한 남자를 빼앗긴 여인의 전형적인 복수극을 통해 그녀는 오히려 더 독해진 듯 했다.

그러나 영화속 천우희와 한효주, 두 여배우의 목소리에는 청아함이 가득 담겨 민중의 슬픔과 함께 그녀의 가슴 깊은 곳 아픔의 울림까지 느끼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평가의 전당인 화장실을 찾은 관객들로부터도 영화 자체보다 한효주와 천우희노래의 호평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앞서 영화가 상영되기 전, 감독과 배우들이 시사회에 초대한 지인들에게 무대 인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

일본 경무국장 역을 맡은 박성웅은 한효주와 배드신을 자랑했고, 유연석은 좋은 좌석을 구하지 못해 앞줄에 앉게 한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그러나 한효주는 눈물을 보였다.

객석을 바라보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한효주는 자신이 초대한 사람들을 더 잘 보고 싶다며 안경을 써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하더니, 분홍 드레스와 어울리지 않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객석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후 “여기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첫 마디에 이어 “해어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를 끝으로, 다른 배우들의 무대인사 내내 눈물을 훔쳤다.

배우 ‘한효주’하면 사람들은 작품이나 연기력보다 가족에 대한 논란을 떠올린다.

각종 포탈 사이트의 평점이나 후기만 봐도 영화에 대한 평가보다는 한효주에 대한 쓴 소리가 더 많다.

다만 ‘해어화’ 속에서 한효주는 오롯이 예인 정소율이었다. 유연석을 사랑하고 너무나 간절하게 그의 뮤즈가 되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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